청소년에서 청년까지, 양산을 쓰고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봄밤, 물담은 논에서 개구리 소리에 귀를 멍멍하더니만 8월에 접어드니 매미소리가 찌르듯이 울려퍼지고 있어요.

제대로 무르익어가는 여름날인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여름휴가철에 아이들 방학이기도 하고요.

새벽에 잠깐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가 하면 금세 달아오르는 날씨탓에 밖으로 나서는 걸음이 무거워졌어요.

한몸처럼 양산을 받쳐쓰고 썬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팔토시까지 무장하듯 갖춰야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정도로요.

등허리를 다림질 하듯이 사정없이 밀어대는 폭염에 놀라는 것은 나이와 성별을 가릴 일이 아니지요.

"엄마! 버스에서 내려서 강의실까지 걸어가야 하는 데 엄마 양산 좀 빌려주셔요."

여드름 고등학생이 양산을 쓰려하다니요.

양산은 으레 아줌마들만의 여름 필수품으로 우습게 여겼을 텐데.

시절이, 참을 수 없는 더위가 케케묵은 생각을 산뜻하게 바꾸어 주었구나.

"그래, 얼마든지 빌려가서 써라"

흔쾌히 손에 익은 하늘빛 양산을 건네주었어요.

그후 나흘간 그 양산은 아이의 머리위에서 마구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을 착실히 가려주었고요.


KakaoTalk_20250801_105851238.jpg?type=w773 여름꽃, 능소화☆



도서관에 책을 빌리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건널목 신호등 앞에 서있는 몇몇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양산을 받쳐든 아가씨들 곁에 젊은 남자 두어명이 어울려 양산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저런 풍경을 거리에서 만나 볼 수 있을 줄이야!

뜻밖의 모습에 두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은 채 신기하여 자꾸 들여다 보게 되었어요.


꽃무늬로 알록 달록 화려한 여자들의 양산과는 모양새가 조금 달랐어요.

네이비, 검정 등 짙은 색 양산을 손에 꼭 쥔 두툼한 그 손이 달리 보였어요.

편견과 선입견을 과감히 깨고 타오를 듯 한 태양아래서 양산을 든 젊은 남자들, 그들은 더위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남자는 아무리 더워도 양산을 쓰지 않는다는 낡아 빠진 생각을 벗어던진 용감한 모습이었어요.

(그런가하면 중장년 남자들이 양산을 받쳐든 모습은 우연이라도 찾아볼 수 없어요.)


남자들이 양산을 받쳐든 풍경을 앞으로 종종 만나게 될 것같은 반가운 예감이 들었어요.

얼핏 촌스럽다거나 아줌마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양산이 무더운 여름날씨 탓으로 폭넓게 쓰이게 된 것이지요.

무더위가 세상의 그림을 새롭게 바꿔놓아요.


더위를 피하려 아이스크림 찾거나 그늘막으로 걸음을 옮기듯이 누구나 양산을 들 수 있지요.

자연스러운 일이었것만 그동안 자연스럽게 살아오지 못했던 고리타분한 세월 탓을 하면서요.

굳이 남녀를 따져야 할 이유도 없었던 일이고요.

더위는 더위일뿐, 그 이상의 무엇도 아니에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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