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피기전에』 자작시

일요시

by 심풀

부추는 웬만한 국이나 무침요리에 쓰임새가 많아요.

예를 들자면 양파, 호박, 당근등을 곁들여 전을 부쳐 먹거나 돼지고기 불고기에 곁들여 샐러드를 써도 좋아요.

아래 사진을 얼핏 보면 파인 줄 오해할 수 있거든요.

농사를 짓지 않으면 요리를 하지 않으면 파와 부추도 헤깔릴 수 있어요.

얼핏 비슷해 보여도 파는 뿌리채 뽑아내고 한 번 뽑아 사용하면 그뿐이에요.


SE-80375a31-e838-44f5-a097-37d8cb014f7f.jpg?type=w773 부추, 파와 헤깔릴 수 있지만☆

여느 여름 채소인 오이나 호박 등과 다른 특이한 점이 부추에게 따로 있어요.

바로 뿌리는 그대로 두고 밑둥을 잘라서 먹으면 어김없이 부드러운 이파리가 솟아난다는 점이에요.

잘라먹을 수록 더욱 연하고 이파리가 올라오는 미덕을 고운 밭작물이에요.

되도록이면 뿌리에 가깝게 싹뚝 잘라내면 더욱 좋고요.

몇 번이고 잘라도 빼꼼히 고운 얼굴을 비추는 모습이 어찌나 신통한 지 몰라요.

여름 내내 부추를 잘라먹고 또 잘라먹으면서 무더위를 함께 견디곤 해요.

하여 거침없는 손길로 과감하게 미소띤 낯빛으로 잘라주곤 해요.

더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자고 새끼손가락을 걸어주듯이 말이에요.

그럼에도 이쁘게 솟아오르는 부추 이파리를 꽃처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면 뜻밖에 엉뚱한 일이 터져 버려요.

더이상 이파리를 잘라주지 않으니 아마도 부추는 제 속으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하여 모르는 사이에 꽃대가 슬그머니 올라오고 이파리는 보잘 것 없이 억센 모습으로 변해가요.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하얀 색 부추꽃이 피어오르게 되는 것이고요.

그즈음에 부추는 먹을 수 없는 작물일 뿐이에요.

꽃으로 씨앗을 받는 일외엔 남아있지 않은 것이지요.



부추꽃 피기전에



자르고 잘라낼수록


부드러운 이파리가 솟아 오른다


아끼고 아낄수록


억세어 버려지므로


끊어내고 끊어낼수록


고요해지는 마음의 길에


두고두고 태어날 때마다


깊어가는 향기가 서리어


연두빛 곱게 피어오르는 것이다.


하얀 부추 꽃이


서둘러 피어나기 전에


내 속에 든 아이가 늙기 전에


내 안에 든 아이를


부추처럼 길어올려야


어리고 어려질 것이니


친절히 남김없이


버려야 얻을 것이다.



오퍼센트, 자작시☆




일요시에 부추이야기를 올리게 된 뒷 이야기를 올려 보아요.

5퍼센트의 소중한 글친구, 나율님과 댓글을 주고 받던 중이었어요.

나율님의 답글을 읽던 참에, 갑작스레 번뜩하고 부추를 소재로 시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생명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이 고운 글친구들에게 부추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싶었고요.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오늘 가장 젊은 우리들이지요.

삼사십대, 아니 오육십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치 않고요.

젊은 날이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싶은 거예요.

팔순에 구순, 더불어 백살을 살아간다면 오육십대도 청춘인 것이고요.

그런 의미로 부추를 잘라내고 새로운 여린 이파리를 만나는 시간을 따로 있지 않아요.

이 여름내내 푸른 시간일 뿐이니까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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