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은 착하여』 자작 시를 담아

일요시

by 심풀


말문이 닫히니 그 자리에 한숨이 튀어나오더군요.

한 숨마저도 쉬지 못하였다면 어찌 했을까 싶었어요.

돌아본 적 없는 술독에 풍덩 빠지고 싶다든지 아니면 피울줄 모르는 담배라도 빠끔빠끔 숨어 피우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깜냥을 어찌 하랴.

사이 사이 한숨을 내리쉬면서 하루 세끼 변함없이 밥을 짓고 시를 읽고 하늘과 풀, 그리고 꽃을 들여다보았어요.

책속을 거닐거나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볼 때, 생각은 한없이 단순해지고 아름다운 세상은 여전히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었고요.



이상하게도 한숨이라도 땅이 꺼질 듯이 쉬고 나면 꽉 들어찬 쓰레기통을 비우듯 시원한 거예요.

술 한잔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한 개피 피우지 않았지만 한숨은 놀라서 내내 울렁거리던 속을 잠재워주었어요.

하루 하루를 가장 느릿하게 쓰다듬어 주듯이.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가고 나서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붙고 새살이 돋아날 때쯤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날도 오겠지요.

시간은 절대 권력.

세상 어떤 일도 흘러가는 시간앞에서는 점점 흐릿하게 바래질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한숨은 착하여








불어오는 바람에게 기대어


제 박자를 잃은 숨을


비릿하게 뉘였습니다.


한숨은 착하여


피와 땀으로 하늘이 찡그리지 않게


검은 그림자로 세상이 어두워지지 않게


나와 밥 사이를 가만히 지켜주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 사이에


다시 솟아오를 흙 속에서 누워서


한 수저에 흘러넘치는 무거운 등짐을 녹이는데


한숨이라도 맘껏 부려야 살아질 것 같았습니다.


말이 말을 삼키고


나를 나에게서 떼어놓으려 할 때


한숨은 한숨으로만 착하여


푹푹


첫눈에 발목이 잠길 때까지


폭폭


찻물에 가슴속 불길이 젖을 때까지


곁을 일궈주었습니다.





오 퍼센트, 자작 시☆



8월 31일 오늘을 기쁨으로 맞으려 해요.

너덜너덜해진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9월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잖아요.

"잊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겠구나"

그다지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 아닐까 싶어요.

살아온 시간만큼 나날이 기꺼이 잊어야 할 것 같아요.

한숨에 기대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잔인한 여름을 접어보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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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하늘빛을 두 눈 가득히 채우고 그 아래 늦게 까지 피어있는 능소화 꽃잎에도 눈길을 담아 두었어요.

위의 사진처럼 고운 모습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저 바라보고 마음껏 감탄하면서 지내도 훌쩍 사라져버리는 순간들이 하루라는 이름으로 흘러가고 있지요.

가끔 넋놓고 쪼그려 앉아서 사진을 찍다가 꽃그늘에 매달려 있는 꼴을 지나가는 이웃 사람들에게 민망하게 들키는 날이 있지만요.

그럴땐 쥐구멍이 있으면 풀어진 몸을 착착 구겨서 쏘옥 들어가고 싶기도 하지요.

빙그레 웃고 지나가는 이웃분들이 아무 말이 없어도요.

꽃이나 하늘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 뭐그리 부끄러운 일인가싶어도 어찌나 뻘쭘한 지 모르겠어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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