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언니 생각에

일요시

by 심풀


언니네 시아버님, 사돈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몇 개월전에 위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수차례를 받으셨지만, 소용이 없었던 거예요.

4대 독자인 형부인지라 이제 홀로 남은 시어머님은 남편을 여읜 슬픔에 빠져 우울증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요.

교사로 퇴직한 며느리인 언니에게 팔순의 시어머님은 뒤늦은 시집살이를 시키고 싶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십년 직장을 가진 외며느리로 따로 살아서 시부모님을 살뜰히 모신 적은 없었습니다)

그것도 흉이라면 큰 흉이 될 수 있을지요.


'새댁시절부터 너는 내눈에 차지 않았다'

이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서슴없이 꺼내서 언니의 여린 마음을 후벼파고 계신다고 합니다.

(어찌 막장 드라마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도 하는가 )

물론 이런 속사정은 언니가 친정에 와서 속닥속닥 귓속말로 털어놓은 이야기에요.

아마도 이제라도 며느리인 언니의 수발을 편히 받으며 외로움을 잊고 싶을 수도 있겠지요.

바람 한 자락 불지 않아도 그 마음속에는 날마다 찬바람이 옷깃을 뚫고 들어오고 자고나도 여전히 꿈속같을 수 있습니다.


KakaoTalk_20250912_151003482.jpg?type=w773 나뭇잎이 온 몸을 던져 가을을 말해주고☆




언니는 팔순의 엄마보다 마음이 깊고도 너른 사람입니다.

수년전 암진단을 받고 투병한 사실도 친정식구들에게조차 꽁꽁 숨길정도고요.

(한눈에도 너무 말라서, 하도 안쓰러울 정도라서 묻고 또 물어서 겨우 들은 정도로 입도 무거운 사람입니다)

그런 언니에게 동생인 제눈에는 도저히 흠이랄게 없는 아깝고도 아까운 사람이것만, 속절없이 시어머님에게 때늦은 푸대접을 받는다니 어찌 할까요.

보다 못한 형부가 언니의 처량한 모습이 안타까워 그만 참지 못하고 지난 언니의 암투병 사실까지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한데 그럼에도 시어머님의 냉랭한 태도는 한순간조차 변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게 뭐 대수냐!"

이런 식으로 댓구만 하셨다니 듣고도 두 귀를 의심하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외아들인 형부가 제 아내편만 든다고 서운케만 여기셨다고 하고요.

사람은 모두 제 입장만을 생각하기 마련이구나.

마음의 여유라고는 바늘 한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사람인 언니네 시어머님에겐 어떤 말도 소용이 없을 듯 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조금씩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날도 오겠지요.

그러면 그제서야 언니의 시린 마음 한 귀퉁이가 시어머님의 눈에도 보이는 날이 올 것을 믿어보려합니다.

고부갈등의 꼭대기에 외로이 서서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쉬이 하지 못하는 언니입니다.

언니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 닦아주듯이 토닥이는 마음의 손길을 담아 자작시를 지었습니다.



괜찮은 사람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너는 너에게도 무관심할 수 있는 사람


귀가 있어도 듣지를 않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참고 또 참는 게 습관이 되어


제가 참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살아있으니 아픈 줄 아는 사람아,


바쁘지 않고 살아도


아프지 않고 살아도


너를 모르는 척 하지 않아도


너에게 아는 척 하여도


너로 풀어져 웃고 울어도


너는


괜찮고


괜찮은 사람이다.




오퍼센트, 자작시☆




암투병을 하고 나서는 무엇을 먹어도 금세 숟가락을 내려놓는 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평생 입맛이 좋아서 오동통한 모습으로 항아리형 몸매를 자랑하였던 언니였거든요.

"나는 학교 급식도 왜이리 맛있나 몰라.

배가 불러도 입에서는 싫은 게 없다니까."

명절이면 친정에 와서 한상차림을 앞에 두고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온갖 접시를 싹쓸어 먹고 술한잔을 즐기던 먹성좋은 한량 기질까지 넘치던 언니였습니다.

그 시절의 식욕넘치던 언니는 이제 기억속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언니야,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아픈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더욱 더 빨리 잊고 살아야 하는 거 알지?"

치매를 앓는 아버지가 가끔 불쑥 화를 참지 못하고 손 닿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난데없이 욕을 퍼부어도 환자인것을 어찌하겠는가 하면서 잊고 살아갑니다.

자질구레한 일까지 켜켜이 담아두고 곱씹으며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갈 필요도 없고요.

지금 한창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언니네 시어머님도 그와 같겠지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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