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긴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나마 무더위 속에 추석을 치러야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요.
수년 전부터 으레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가을이라고 우기면서 덜 여문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어깃장을 부리듯이 추석을 지내온 것 같습니다.
아직도 등허리에 땀이 흐르는 여름이것만 가을이라고 온 나라 사람이 단체로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요.
10월 추석이라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도 불어옵니다.
모처럼 추석다운 날씨에 나도 모르게 반가운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무엇을 해도 좋은 가을입니다.
집안에서 고요히 책과 친구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집밖 어느 길로나 무심코 발길을 돌리면 죄다 아름다운 풍경이 앞다투어 달려옵니다.
길가 코스모스 빛깔마저도 단조로움을 모르고 서로 정답게 알록달록 각기 다른 색깔로 제 멋을 한껏 자랑합니다.
핑크 빛 눈에 익은 코스모스는 기본이고요.
색다르게 형광빛 주황색, 아니면 꽃술 부분부터 진하게 누군가 정성껏 붓칠한 것처럼 모양을 낸 코스모스까지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눈에 익은 흔한 코스모스와 달리 볼수록 한껏 멋을 낸 맵시인지라 저절로 눈길을 사로잡는군요.
아래 사진처럼요.
동네 한바퀴만 걸어보아도 그날 그날의 풍경이 달라지는 중입니다.
하여 같은 날은 없어요.
가을은 우리 동네, 다 아는 그곳을 하염없이 걸어도 지루한 법을 모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흘러넘칩니다.
터벅터벅 느릿한 발걸음을 더 느릿하게 만드는 볼거리가 발걸음 사이마다 끼어드는 맛이 정겹습니다.
어제는 빗방울이 하루종일 세상을 토톡토톡 깊은 밤내내 떠날줄 모르고 머물렀습니다.
달디단 잠속으로 빠져 들면서도 어쩐지 밤새워 뭔가를 글로 남겨 두어야할 것처럼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고요.
맑은 날이거나 혹여 흐릿한 날이라도 개의지 않을 정도로 가을은 그저 아름답습니다.
일복에 비옷을 갑옷처럼 온몸에 끼워 입고 장화에 모기기피제를 구석구석 뿌리고 밭에 나가는 날에도 가을날을 맞은 기쁨은 줄어들 지 모릅니다.
하긴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자면 끝이 없을 것도 같습입니다.
농촌에서 사는 일은 어느 구석에나 불편한 것 투성이기도 하니까요.
비에 젖어 진흙밭에서 못다한 일거리를 챙겨야 할 지라도 거둬들이는 맛과 멋에 힘듦을 깜박 잊을 수 있습니다.
더워서 줄줄 맹물같은 한여름의 땀방울이 아니라 웃음기 감도는 땀방울이라고 하면 어울릴 법합니다.
가을, 농촌들녁에는 농사꾼의 땀을 부르는 일거리는 줄지어 밀려있어요.
겨울이 싸늘한 손끝을 까딱이면서 하얗게 다가오기 전에, 농사꾼은 가을걷이로 이래저래 바쁘게 살기 마련입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벼타작을 할 예정입니다.
더하여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한 고구마밭일에 느즈막이 심어둔 들깨까지 탁탁 농사꾼의 도리깨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기름은 올리브 기름과 더불어 빼놓을 수없는 건강한 식재료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환절기마다 오고가는 알레르기 비염증세는 꼬박 꼬박 찾아와 꾸물꾸물 뭐가 아쉬운 지 갈듯 말듯 저울질을 해댑니다.
알약 한알만 삼키면 코로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 지는데 비해 하루내내 몽롱한 기분이 들어 달갑지 않습니다.
하여 웬만하면 슬그머니 하루를 버티면서 지내려 해요.
몸속에 든 알레르기 비염증세도 제가 한 식구인줄 알고 갈까 말까 망설이나 봅니다.
제멋대로 오고 가니 어느 날은 씻은 듯이 개운하니 종잡을 수 없어요.
날마다 다른 날씨처럼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의 증세는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 코막힘없이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어 흐릿한 가을하늘 아래에 오늘 마음의 날씨는 맑아요)
가을을 그리는 시, 이름난 시인의 그것을 익히 알지만 우리 집일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겠지요.
시는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라 믿으며 자작시 『가을은』을 지어봅니다.
오퍼센트, 자작시 『가을은』☆
글 발행버튼을 누르고 두 아이, 남편과 더불어 시댁에서 다녀올 예정입니다.
내일 6일은 추석 당일이라 글 발행을 쉬려해요.
(누구나 이런 저런 일로 번잡할 수밖에 없는 날이기도 해서요)
부엌에서 제사 음식을 만들고 치우면서 훌쩍 시간이 흘러가겠지요.
그러다가 세상이 까맣게 어두워오면 둥근 보름달에 기대어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보면서 깊어가는 가을에 흠뻑 빠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도움이 얼마간 필요한 일이지만요)
7일 화요일, 아침 글로 다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