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간 홍시, 바라만 보는 꽃처럼

시골이야기

by 심풀

"막내야! 오토바이 타구 다녀와야 쓰것네."

"어디요?"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네 집에서 홍시를 주신다는 전화를 받으셨다네요.

두말할 것 없이 그대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가을은 농사꾼뿐만 아니라 시골 오토바이까지도 참 바쁜 계절입니다.

꼬부라진 동네 골목길을 요리조리 다니기엔 자동차보단 오토바이가 훨씬 수월합니다.

고구마 수확하고 배달할 때도, 이번 경우처럼 급하게 동네 한바퀴 돌아야 할 때도 그역시 오토바이 신세를 크게 지고 있습니다.


할머니네 집은 버스가 다니는 동네회관 큰 길에서 왼편으로 커다란 은행나무를 끼고 길을 따라 직진하면 찾을 수 있지요.

길을 따라가다보니 길바닥에는 모과가 뚝뚝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주워가는 이가 없으니 저대로 서서히 땅에 스며들 모양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안전에 바짝 신경이 쓰이는 통에 특히 땅바닥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들고양이가 저만치 풀숲에서 웅크리고 숨은 채 지나가는 사람구경을 하는 모습을 봐도 못본척 지나치기도 하고요.

서로 안 본 걸로 하자면서 짐짓 비켜서는 것이지요.


SE-d32add6b-832e-4849-9c69-9d7a47c2cdb9.jpg?type=w773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길가의 전봇대 옆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열쇠를 챙겨 바지주머니 지퍼속에 쑥 집어넣었습니다.

한 사람 발 디딜 틈밖에 없는 아슬하게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끝에 커다란 감나무가 집보다 먼저 마중을 나와 서성대는것이었습니다.

올려다보니 감나무 가지 휘청댈 정도로 탐스런 대봉감이 다닥다닥 열려있었습니다.

그러니 혼자 다 드실 수도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땡감으론 먹을 수 없으니 홍시로 드실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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