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자작시, 깊은 맛을 위하여

일요시

by 심풀


입맛도 세월 따라 변합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것은 매운맛과 멀어진 겁니다.

라면으로 치면 '신라면' 정도의 매운맛까지가 최선이라고 할까요.

마라탕이나 떡볶이집에 아이들과 함께 할지라도 당최 입맛까지 우격다짐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학생 큰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매운맛, 집에서 나름 가까운 도시 대전 광천 식당의 빠알간 두부두루치기입니다.

방학이나 명절날 큰아이는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으레 찾아가서 음식 포장을 해오기도 합니다.

지역에서는 손꼽히는 유명한 맛집이라 걸핏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모양입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없다는 음식, '두부 두루치기'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문득문득 생각난다니까요."

한창 먹고 싶은 것이 많은 큰 아이입니다.

콩농사를 짓고 콩요리를 즐겨 먹습니다.

하지만 빠알간 양념으로 온몸을 휘감고 걸죽한 광천식당의 두부 두루치기는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럽니다.

이제는 '한입만'을 외치면서 큰 아이 곁에서 따로 칼국수를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 할까봅니다.

입에서는 화끈화끈, 속에서는 따끔따끔하니 다른 수가 없고요.

하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여고 동창 친구들도 대전에서 만나면 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맛집에서 줄지어 서서 음식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SNS 입소문을 타고 외딴 곳에 자리한 카페나 빵집, 음식점등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숱한 세상이기도 하고요.

막상 찾아가보면 온라인 상에 보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음식점도 왕왕 많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로 증명이 되었을 지언정 정작 자신의 입맛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수십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맛집, 이제는 대물림하듯 물려줄 맛집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매운맛이 수년전에 비해 훨씬 덜 매운 데도 말이지요.

아마도 매운 맛을 조금더 순하게 조율을 한 듯 합니다.

소수의 매운 맛 매니아 층뿐만아니라 다수의 입맛을 잡으려는 사장님의 영리한 속사정이 있었을테고요.

그럼에도 아직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없이 단품요리인지라 자주 갈수는 없는 곳입니다.

SE-372dffae-fcab-4ed5-90aa-4c476155bc2f.png?type=w773 허름한 골목, 대전 '광천식당'
KakaoTalk_20251025_101753374.jpg?type=w773 하늘 아래 장독대, 국화는 노랗게 피어나고☆

평생 질리지 않는 맛을 손꼽아 볼까요.

위의 사진 장독속의 된장,고추장, 간장 등은 한식 우리 음식의 기본의 기본입니다.

사는 동안 먹고 또 먹어도 질리는 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신기한 노릇입니다.

아무리 이름난 음식도 한두번 먹고 또 먹다보면 쉬이 물려 버리잖아요.

그런 원칙따위를 건너뛸 수 있는 음식, 김치 종류들도 그 중 하나고요.

사계절, 제철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김치 냉장고 속에 쟁여놓고 갖가지로 쓰이는 배추김치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지요.

(배추김치는 날로 먹고 볶아 먹고 찜요리에 전까지 다양한 요리로 거듭날 수 있기도 하고요)

매운 맛은 자극적입니다.

홀리는 그 맛은 타오르는 한때의 사랑처럼 뜨거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나긴 시간 속에서 서서히 삭히고 부드럽게 우려내는 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맛을 보는 감각은 단순히 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속깊은 거기, 가슴에도 있고, 나아가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에도 있지 않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물론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박한 엄마표 가정식의 맛도 그 못지 않게 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엄마의 손맛은 비록 평범하고 흔하여도 충분히 건강하고 소중한 맛일테고요.

줄서는 사람 하나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이미 온전한 맛이기도 하고요.

진심에 진심으로.





맛집


-매운 맛(대전 광천식당) 편-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


만날 수 있다는 이름난 당신




빨갛고 빨간


숨속에 넘치게 타오르는 당신




삼킬 수는 있으나 소화할 수 없는 당신,




첫사랑처럼 그리워 그리워도


야위어버린 위장으로


다시 버무려지면


건너온 땀방울에 지워진다.



지우고 또 지우고 나면


두툼한 입술 으스러지게


빨간 얼굴 뒤에 감춰진 맑은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보드라운 어금니로 안아주면서


처음 본 사람처럼 낯익은 어색함으로


반갑게 웃고 싶다.






오퍼센트,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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