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개구리, 청개구리가 땅속에 들어갔습니다.
내년 봄, '개굴개굴'기지개를 켜면서 기나긴 겨울 잠을 깰 테지요.
개구리중에서 덩치가 큰 개구리는 풀밭이나 논에서 살아가니 집안으로 들어오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유독 아래 사진처럼 자그마한 청개구리가 철마다 골칫거리입니다.
밤만 되면은 무엇을 얻어먹으려고 떼를 쓰는 것처럼 기어이 집안으로 쳐들어오는 겁니다.
잊을 만하면 방충망아래 그 작은 빗물구멍을 당당히 뚫고서요.
처음에는 잿빛 먼지가 뭉테기로 굴러다니는 줄 깜빡 착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걸 얼룩덜룩 등허리 푸른 색이 또렷하여 청개구리인 것을 담박 알아차릴 수 있었드랬지요.
맨 손으로 만지려니 께름칙하여 하얀 휴지 이불로 감싸서 휘익 창밖으로 내던져주었습니다.
"제발! 밖에서 놀아라."
주문을 외우듯이 혼잣말을 보태어 보냈고요.
그러고 나서, 고작 며칠 후면 또 청개구리가 어느 새 들어와 방바닥위에서 뻔뻔한 낯짝을 들이미는 거예요.
폴짝 폴짝 귀여운 뜀뛰기를 보여주면서요.
"아이야! 왜 또 왔어?"
저런 귀여운 몸뚱아리로 어깃장을 부리니 몇 번이고 같은 번거로움을 참아야 했습니다.
"에휴! 에휴!'
한숨이나 쉬면서 처음인 듯 기계적으로 청개구리를 돌려보내주고 또 돌려보내주었습니다.
반복되는 청개구리의 놀음에 한 가지 번뜩 깨달음이 찾아오더군요.
'아하!
너는 저번에 그 애가 아니네,
너는 한 마리가 아니었구나'
오퍼센트, 자작시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그놈이 그놈이라 사실 구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얼굴과 목소리, 자태까지 한 눈에 들어오니 헤깔릴 일도 없을텐데.
청개구리는 죄다 그 푸른 빛 몸피에 크기까지도 눈대충으로는 고만고만, 누가 누구인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집 주변에 도대체 몇 마리의 개구리가 살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기도 하고요.
다만, 청개구리는 낮에는 사진처럼 마당 어딘가에서 서성거리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두운 밤이 찾아들면 거칠거칠 벽돌을 한 걸음씩 타고 올라와서 이층 베란다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지요.
청개구리의 끊어지지 않는 밤 마실.
반갑지 않은 줄도 모르고 줄기차게 이어지다보면 한 해가 기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제 온 너인 줄도 나는 모른다 하면서요.
누구와도 다만 평화롭게 같이 살고 싶은 마음뿐이거든요.
겨울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를 들어볼까요.
청개구리처럼 폴짝폴짝 훼방꾼도 뵈지 않고, 기어다니면서 깜짝깜짝 놀래키는 뱀도 눈에 띄지 않아서 추위가 그리 떨떠름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추위에 얼마쯤 반가운 마음이 깃든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땅위의 모든 것들이 한 가지로 꽁꽁 얼어붙어가는 이 즈음.
혼자만 깨어나 고요한 시간속을 거니는 기쁨을 쏠쏠하게 누리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좋은 책을 보물찾기하듯이 찾아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자유로운 한 때를 맞이합니다.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