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목욕탕의 특징을 쓸려고 하니, 일본 목욕탕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해 먼저 쓰는 게 순서에 맞는 것 같다. 생각 외로 우리와 다른 점이 많아 무방비 상태로 일본 대중목욕탕인 센토銭湯에 가면 그들의 목욕 문화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목욕탕을 경험하면서 그들의 목욕문화에 대한 특징뿐만 아니라 반대로 우리네 목욕탕과 목욕문화의 특징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목욕탕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특징이므로 개별 목욕탕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지자체별로 목욕요금을 정한다.
목욕탕을 키워드로 60~80년대 우리나라의 신문 기사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 중 하나가 목욕 요금 인상 기사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목욕업자들은 목욕 요금을 올리려고 했고, 정부는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목욕 요금을 단속했다. 그래서 거의 해마다 목욕료 인상폭을 둘러싸고 목욕업자와 정부 간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 9월 1일 자로 목욕요금 자율화가 시행되었고, 목욕탕 업주들은 시설과 위치, 서비스에 따라 요금을 차별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유로 같은 동네이지만 목욕탕마다 요금이 다른 곳이 있다. 보통 시설이 오래되고 열악한 곳이 싸게 요금을 책정하는 듯하다.
일본은 목욕 요금을 지자체가 정한다.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협의회, 심의회 등을 통해 심의를 거쳐 자치단체장이 변경된 목욕 요금을 고시한다. 이 고시 내용은 동네 목욕탕인 센토에만 적용되고 우리네의 찜질방과 비슷한 슈퍼 센토나 고급 온천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쿄의 어느 목욕탕을 가도 480엔이고, 교토의 어느 목욕탕을 가도 450엔이다. 2021년 8월 기준(어른 요금)으로 보니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이 490엔으로 제일 비싸고 사가현佐賀県이 280엔으로 가장 싸다.
위에서 목욕 요금을 고시한다고 썼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입욕료다. 일본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입욕료 외에 세발료洗髮料라고 해서 머리 감는 비용을 따로 받았다. 옛날에는 빈쓰케유ビンツケ油라고 머리를 고정시키는 머릿기름을 바르는 여자들이 많았다. 남자들은 포마드를 많이 발랐다. 이들이 목욕탕에서 머리를 감으면 물도 많이 쓰고, 그 기름이 배수구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청소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그래서 요금을 받을 때 머리를 감을 건지 물어보고 추가 요금을 따로 받았다. 이 세발료가 의외로 오랫 동안 이어져 왔는데, 오사카에서는 2005년까지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 세발료를 받는 곳은 사가현이 유일하다. 그래서 세발료 30엔을 더하면 310엔으로 실질적으로는 300엔을 받는 야마가타현山形県이 제일 싸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입욕료 개념이 오랜 기간동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목욕 요금이 자율화되기 전에는 정부가 고시한 요금을 입욕료로 보고 샴푸, 비누, 수건 값을 따로 받는 목욕탕이 대부분이었다. 아래는 1985년 12월 3일 자 한국일보의 목욕료 인상 관련 기사 내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목욕료 인상 조치는 입욕료만을 뜻하는 것으로 샴푸, 비누, 수건 값은 목욕업자가 따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내 거의 모든 목욕업자들은 이미 일방적으로 어른 목욕료를 1천 원으로 인상, 샴푸와 비누를 제공하고 1천~1천3백 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타월을 무료로 빌려주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타월을 무상으로 빌려주는데 반해, 일본은 기본적으로 타월을 제공하지 않는다. 남탕의 경우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이러면 안 되지만), 여탕의 경우 카운터에서 목욕 요금을 치르고 나면 한 두장 받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목욕탕에 타월을 챙겨 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목욕탕을 이용하려면 꼭 타월을 들고 가야 한다. 만약 타월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돈을 내고 타월을 빌리든지 사야 한다. 요즘은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기도 해서 렌탈료를 받고 빌려주거나 판매하는 곳이 많이 늘었지만, 작은 동네 목욕탕 같은 경우 판매용 타월도 구비하고 있지 않고 빌려주는 곳도 잘 없다. 그래서 아무 준비도 없이 목욕탕에 갔다가 목욕을 다 마치고 탈의실로 나와서 타월을 찾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목욕탕(온천 말고)이 교토의 니시키 시장錦市場에 있는 니시키유錦湯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목욕용품 없이 빈 손으로 다니는지라 한국의 목욕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내가 경솔했다. 내 말투와 행색을 유심히 살피면서 요금을 받던 주인장이 수건은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빈손으로 왔다고 하니, 나 같은 외국인이 많은 지 주인장이 빌려주었다. 당시 경황이 없어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따로 요금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받아 든 타월이 너무 얇다. 고급 온천에서 주는 페이스 타월의 얇기다. 이 얇은 타월에 비누칠을 한 뒤 몸을 씻고 잘 헹궈야 한다.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난 후 타월의 물기를 짜내고 또 짜내어 몸의 물기를 닦아 내야 한다.
일본의 동네 목욕탕을 순례해보자고 마음먹은 뒤에는 항상 가방에 수건 등 목욕용품을 챙겨 들고 다닌다. 그렇지만 목욕탕 이름이 박혀 있는 타월을 파는 곳이면 반드시 타월을 사서 챙겼다. 이것도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겠지라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