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일본 대중목욕탕의 매력을 전달하는 사람들)에서 소개한 것처럼 목욕 연구, 페인트 그림의 전통 계승, 목욕문화 소개 및 이벤트 기획 등의 방법을 통해 사라져 가는 목욕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직접 목욕탕 경영에 뛰어들어 폐업 위기에 처한 목욕탕의 구원투수로 나선 사람들도 있다. 이 글에서는 1990년생으로 20대 중반부터 목욕탕을 경영하기 시작해 지금은 6곳의 목욕탕을 경영하는 미나토 산지로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사라져 가는 목욕탕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이 나서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오래된 대중목욕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 힘겹게 문을 열고 있는 목욕탕들도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은 늘어나고 손님은 줄어들어 경영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노후된 설비를 고치고 떨어진 타일, 금이 간 벽 등 건물 내・외부를 수선할 여력마저도 없다. 보일러처럼 고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설비가 고장을 일으키면 폐업의 길로 내몰리게 된다. 또한 가족경영으로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던 목욕탕 영업이 힘들다며 자식에게 맡기려는 부모, 자신의 직업을 버리고 가업을 잇겠다는 자식도 줄어들고 있다. 노부부가 경영하며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목욕탕은 노부부의 어느 한쪽이 세상을 뜨면 자연히 폐업의 길로 나가는 문을 두드리게 된다.
폐업한 목욕탕의 일부는 건물의 매력을 살려 카페, 갤러리, 식당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헐리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다행히 근래 들어 점점 사라져 가는 일본의 목욕문화와 멋진 건축물이기도 한 목욕탕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젊은 감각, 지식을 살려 SNS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알리고, 이벤트를 열고, 클라우드 펀딩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목욕탕의 리모델링, 경영승계 등을 통해 헐릴 위기에 처한 목욕탕들을 지키고 있다. 그중 가장 두르러 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이가 미나토 산지로湊三次郎다.
25살의 나이에 목욕탕 경영을 시작하다.
미나토는 시즈오카현静岡県 하마마츠시浜松市 출신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교토로 이주하였는데, 이곳의 목욕탕 문화를 경험한 후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대학에서도 목욕탕 동아리 활동을 하고, 아르바이트도 목욕탕에서 할 정할 정도로 목욕탕을 좋아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방황하고 있을 때, 우메유梅湯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메유는 그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하던 곳이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메유를 임대하여 운영해보겠다고 설득하여 목욕탕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때 그의 나이 25살로 2015년 5월의 일이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로 우메유에서 기획한 이벤트 등을 알리고, 사우나실에는 재즈음악을 흐르게 하는 등 젊은 층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SNS를 통해 목욕탕 관련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다든지, 재밌는 질문에 대한 앙케트 조사를 한다든지 고객과의 소통에도 힘을 들였다. 좀 번잡스럽게 보이지만 대기실에는 잡화, 목욕용품, 교토 야채까지 진열해 파는 등 수익을 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한두 해는 고생을 했지만 그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일본 전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수익도 나기 시작했다. 손님이 가장 적었을 때는 가랑비가 오기는 했지만 목욕탕 경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15년 12월 21일로, 손님이 37명이었는데, 4년 후인 2019년 9월 22일(일)에는 535명의 손님이 찾아 목욕탕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우메유에서 목욕하기 위해 교토를 방문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 목욕탕으로 탈바꿈하였다. 그 인기를 반영한 것인지, 젊은 청년이 목욕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에 대한 응원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에서도 자주 다루어주고 있다. 교토를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미야코가 교토에 떴다!ミヤコが京都にやって来た!’의 제4화에는 이 우메유 앞에서 주인공 부녀父女가 누군가를 한참 동안 기다리는 씬이 있다. ‘사우나의 우메유’라는 간판이 아주 잘 보이게 촬영을 하고, 목욕탕 대기실까지 찍은 장면이 나온다. 목욕탕, 사우나 팬이라면 빠짐없이 챙겨 보는 드라마 ‘사도2001’의 교토 편에서도 주인공이 이 우메유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미나토와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목욕탕 계승 전문집단, 유토나미사ゆとなみ社
2019년 9월 미나토는 사업자명을 우메유에서 유토나미사로 바꾸었다. 이 이름은 그의 성을 딴 미나토유湊湯를 거꾸로 써서 만든 것이다. 목욕탕(유湯)을 경영한다(이토나미営み)는 뜻도 되니 의미도 딱 맞아떨어진다. 2015년 5월 우메유의 계승을 시작으로 지금은 폐업 위기에 처했던 6 곳의 목욕탕 경영을 임대 형태로 이어받아하고 있다.
‘목욕탕을 일본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라는 유토나미사의 모토에 끌린 청년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어 미나토와 함께 목욕탕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담당한 목욕탕마다 개성 넘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목욕수건, 티셔츠, 가방 등 다양한 굿즈도 만들어 목욕탕에서는 물론 온라인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그래도 목욕탕은 접객업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새로 찾아온 마을 주민들이나 젊은 커플 등이 단골이 되어 다시 찾아오면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목욕탕마다 SNS 계정을 만들고 젊은 층에게 목욕탕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우메유 트위터는 팔로워의 수가 1만 4천 명을 넘는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교토와 인근 지역을 벗어나, 일본 전역의 폐업 위기에 처한 목욕탕의 경영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승계의 교섭이 쉽지는 않다. 상속문제, 임대료 설정, 원주인이 경영승계 시 내거는 조건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계약까지 못 간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한 곳이라도 더 폐업의 위기에서 구하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쿄의 한 목욕탕에 직원을 파견해 컨설팅을 해 주는 등 임대 경영이 아닌 다른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유토나미사처럼 목욕탕을 경영하고 싶어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애로사항 등도 숨기는 것 없이 모두 전수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