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김장 일기 3

by 젼샘

한 자리에 자식들 다 모아놓고

한 눈에 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명절, 생일이 아니고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객지에서 뿔뿔이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한 자리에서 보기가 쉽지가 앉다.


그래서 김장이 얼마나 기회가 좋은지 모른다.


아이들 다 한자리에 놓고 볼 수도 있고 즈그들은 김치 장만도 해가니 말이다. 나야 남편이랑 둘 살림에 김장이 뭣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때 그때 내가 필요에 맞게 조금씩 새 김치 담가 먹으면 그 뿐이다. 김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나의 사랑이자 헌신이 전부인데 자식들이 그 마음을 몰라주니 참 서운하다.


나만 분주하고

나만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아

배추도 사오라고 해보고

고추도 사오라고 해보고

와서 배추도 절여보라고 해봤다.

옹색하게 아파트 욕조에서 절이다가

큰 아들이 대궐 같은 전원 주택을 지어

마당에서 사방으로 물 끼얹어가며 질펀하게 김장도 해봤다.


매년 김장을 마치고 나면

푸석한 표정의 며느리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니

내가 무슨 갑질이라도 하는 고용주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내년부터 김장 안할거다 선언하고도

또 새해가 되면

다시 모종을 심고 수확을 하고를 반복하고 만다.


첫 암 투병을 하고 건강을 회복했을 때

내가 앞으로 김장을 하면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

나쁜 건 다 시어머니 노릇이란다.

억울한 건 다 시집살이란다.

나는 한 것 없이 갑질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은

시!어!머!니!였다.

이럴 때 보면 아들 셋을 낳은 것이

무슨 중죄를 지은 것 같다.



그래도

짝사랑이고

내 만족이고

내리사랑이니

시어머니 노릇이아닌

어미노릇을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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