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환절기 : 벼랑 끝에서 흘리는 눈물

내안의 독성을 씻어내는 정화수가 되기를

by 지인

인생의 환절기 : 벼랑 끝에서 흘리는 눈물



​어제 저녁, 낚싯바늘을 만드는 신랑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을 나누고 싶어 다가갔다. "뭐해?"라고 묻는 내 목소리는 아주 작은 노크였을 뿐인데, 돌아온 건 날 선 호통이었다.
​"야! 아이 진짜, 찔리잖아!"
​그 큰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머쓱해진 마음을 감추고 아이 방으로 피신하듯 들어갔다. "한약 데워놨으니 먹어. 난 잠이나 일찍 자야겠다." 담담한 척 내뱉은 말 뒤로, 내 영혼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어김없이 불청객처럼 자살 충동이 찾아온다. 이번에는 구체적이고 집요하다. 샤워부스 난간에 옷걸이를 거는 상상, 의자 위에 올라가 목을 매는 상상. '아, 내 몸무게를 못 버텨서 떨어지겠구나' 하는 허망한 계산 끝에 결국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제 그만 살고 싶다.

아니, 사실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편의 큰 소리 한 번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이 공포로부터, 24시간 나를 감시하는 이 우울의 감옥으로부터, 죽음보다 더 깊은 무기력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나는 왜 사소한 자극에도 이토록 처참하게 부서져야 하는 걸까.


​베개를 적시는 눈물 사이로 10살의 내가, 21살의 내가, 그리고 지금 46살의 내가 서로의 손을 잡고 운다. 그만 살고 싶다는 절규는 사실 "누가 제발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달라"는 가장 간절한 생존의 비명이다.


​오늘 밤, 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역설적으로 내 생의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 눈물이 나를 삼키는 강물이 아니라, 내 안의 독성을 씻어내는 정화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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