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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게임을 못 죽여서 안달일까?

[오늘의 심리학 #060]

https://youtu.be/_1RwjVSm71U



왜 이렇게 게임을 못 살게 굴까?



Gaming Disorder, Revisited

A brief look at some myths about gaming disorder.

Posted Jun 07, 2019 Mark D. Griffiths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in-excess/201906/gaming-disorder-revisited




* Bandi Thinks

 최근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게임 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며 6C51 이라는 질병 코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찬반 여론이 나뉘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MBC에서 방영한 100분 토론이 도화선이 되어 이 찬반 토론은 과열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선 게임 중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거 없는 믿음들과 반디심리연구소의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 WHO에서는 게임 중독을 어떻게 명명하였는가?


 WHO에서 바라보고 있는 게임 중독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who.int/features/qa/gaming-disorder/en/


 게임이 다른 활동에 비해 우선권이 커지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게임 활동을 한다면 게임 장애로 본다. 이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선 행동의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상당한 손상을 야기할 정도로 충분히 심각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명백한 현상이 보여야 한다.


 여기서 ICD란 국제질병분류 체계(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ICD)를 뜻하는 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동향과 통계의 파악 기반이며, 질병과 건강상태의 보고를 위한 국제 표준 룰입니다. 이번에 ICD-10 에서 ICD-11로 진단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이 '게임 중독'이 새롭게 질병으로 인정이 된 것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ICD-10은 1만4천400개 항목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있지만 ICD-11은 5만5천개 항목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등 건강을 위협하는 인자들에 대한 분류를 세분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의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게임 중독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질병 코드가 생겼을텐데요. 그 중에서도 '게임 중독'이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 저널에선 총 4가지 신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화 1. 게임 장애는 게임 중독과 동일하다?


 게임 장애에 대한 전세계 언론의 거의 모든 보도 범위가 게임 중독과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WHO에서 말하는 게임 장애는 내성 증상과 금단 증상을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정신의학회가 편찬하고 있는 DSM-5에서 말하는 중독 기준과 다릅니다. 


 여기서 DSM-5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DSM-5는 2013년에 편찬이 완료되며 인터넷 게임 장애(IGD)가 새로운 정신 질환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아직 판단할만큼의 근거가 쌓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WHO의 기준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 장애는 다른 중독 현상에선 진단 기준으로 쓰이는 내성 증상과 금단 증상을 제외하고도 장애 판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게임 장애는 게임 중독과 다른 해석 범위를 가집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찬반 여론이 이렇게 뜨겁게 싸우고 있는 겁니다. 치밀하지 못 하니까요.




신화 2. 게임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기에 게임 장애가 인정될 경우 '도덕적 공황'이 일어날 것이다.


 비디오 게임 업계는 게임 장애의 질병 승인을 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 장애가 도덕적 공황(100% 옳은 행동만 할 수 없다는 반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과 진단의 남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죠. 그러나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행위라 해도(일, 섹스, 운동 등) 통제하지 못 하고 지나치게 하는 소수에겐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반박은 큰 힘을 갖지 못 합니다.


 과유불급이죠.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장점도 있다." 라는 반박은 곧 "단점도 있다." 라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맙니다.


 주목할 점은 '진단의 남용'입니다. 이 부분이 이번 글의 핵심이 될테니 자세한 내용은 후반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신화 3. 게임 장애는 다른 정신 건강 상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장애가 아니다.


 게임 장애의 존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게임을 통해 문제 행위를 하게 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다른 신경증적 문제(우울증, 불안 장애, 조현증 등)가 있으니 별도의 장애로 분류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질병 분류가 되어 있는 알콜 사용장애, 도박 장애 등에는 이런 요소가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정신 건강 및 중독 저널에선 게임 장애 치료를 위한 참석자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신경증적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따라서 장애의 진단을 근본적인 원인과 의학적 원인의 범주에서만 한다면 알콜 사용장애, 도박 장애 등도 장애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외부 징후적 행동과 결과에 기초해서 질병 판단을 하는 건 합리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화 4. 게임 장애를 정신 장애로 포함시키면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으로 인해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은 주로 언론학 분야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 의해 전파되었지만 사실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공식적으로 게임 장애를 가진 것으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건 극히 적은 수이기 때문이죠. 






- 게임을 많이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릴까요?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in-excess/201607/internet-gaming-disorder-vs-internet-addiction-disorder


 최근 DSM-5 최신호(5호)에서는 '도박 장애'를 충동조절장애가 아닌 행동중독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이는 마약을 하지 않는 중독 활동이 정신 의학계에서 중독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신경계의 문제가 아닌 '문제되는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은 개인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그러면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이용하는 건 어떤 것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인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게임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니까요.




- 반디심리연구소의 입장


 게임 장애에 대한 찬반 논란의 양상을 가만히 보면 '게임이 중독을 일으킨다.' 라는 점에서 논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게임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는 건 게임 질병화를 찬성하는 이들의 찬성 태도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중독 문제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이걸 인정하면 너희들은 게임 자체를 '악'으로 취급할 거잖아." 라는 거죠. 

 그래서 100분 토론에서도 게임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던 것이기도 하고요.



 즉, 게임 질병화의 가장 큰 화두는 게임 중독 자체가 아닙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게임 탓을 하는 이들에게 '6C51' 이라는 무기가 주어졌을 때 이를 현명하게 쓸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식칼을 요리사에게 주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지만 살인마에게 주면 끔찍한 흉기가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게임은 진단의 오용과 남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게임의 장점, 게임을 왜 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게임-질병' 프레임이 완성된다면 단순히 게임을 오랫동안 하며 '할 거는 안 하는' 모습 자체가 질병이 될 것이고 그렇게 게임 이용자들은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하나 더 잃게 되는 거니까요. 여기에서 제가 지금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게임 중독은 12~20세 청소년에게 가장 많이 일어나며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예전에 소개해드린 저널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우울증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에서 나타났던 우울증 경향과 비슷한 모양을 그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89

https://brunch.co.kr/@3fbaksghkrk/187


 청소년에게 '놀 자유'를 박탈하고 오로지 미래를 위해 성적 올리기만을 바라는 풍토가 게임 장애 질병화를 만나 커다란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을 대하는 기성 세대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게임 장애의 인정은 청소년 우울 및 자살률을 높일 것입니다. 놀 거리를 박탈당한 이들의 선택이 파괴적인 대인관계(학교 폭력 등의 청소년 범죄 증가) 또한 야기시킬 거라는 확신이 들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게임의 중독 매커니즘 자체는 인정합니다. 이는 자기 행동을 절제할 수 없는 행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질병으로 인정해서라도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 또한 인정합니다.


 그러나 과연 청소년들이 현재 느끼는 어려움과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 장애가 '심각'한 경우에만 인정이 될까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대합니다. 아직 기성세대 중 식칼을 무작정 휘두르기만 할 이들이 많아보이니까요.




- 게임 중독 질병화 반대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게임 중독 질병화를 찬성하는 분들! 이렇게만 하면 게임 중독 질병화 반대 여론을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습니다. 반대 여론이 이렇게나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MBC 100분 토론에 나왔던 김윤경 정책국장과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윤경 정책국장 같은 분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한 필드에서 활동을 하면 할 수록 반대 여론은 커질 것입니다.

 게임의 장점을 인정하고 게임 이용자 대부분이 게임을 왜 하고 있는지를 존중해 보세요. 오히려 반대 여론 쪽에서 스스로 입을 열 것입니다. "그래. 이 정도는 자기 통제력이 없어서 도움을 받을 정도니까 게임 장애로 인정해도 되겠네." 라고요.



 저는 조만간 게임을 건강히 이용하며 중독이 아닌 스트레스 해소 및 자기 효능감 증진의 수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집단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매커니즘, 자기 절제 능력의 증진, 건강한 대인 관계를 할 수 있는 사회성 증진 이외에도 게임을 정말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의 자기 성장 요소 부각 등을 함께 넣는 '게임 올바르게 사용하기' 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불편한 건 못 하게 막는 게 아니라 잘 조절해서 쓸 수 있는 법을 안내해야 합니다. 
 당신은 정말 게임 장애를 '억제'가 아닌 '조절'의 수단으로 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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