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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는 같은 말도 해석이 다르다.

[오늘의 심리학 #190.]

 정치란 말로 하는 전쟁입니다.

 과거에는 힘이 곧 권력이었기에 군사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지배와 피지배가 나뉘어졌습니다. 그러나 인권 신장이 이루어지며 고차원적인 인류로써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 인류는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상황 빼고는요.)

 하지만 이를 '인류에게 전쟁은 끝났다.' 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과거에 비해 지금이 더 현란한 설전을 벌이고 있으니까요. 그 결과물이 바로 정치입니다. 혀와 행동력으로 하는 권력 다툼. 그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국민일보 트럼프·바이든 토론에 ‘낙제점’ 준 美 언론...“술집 싸움 같은 토론”


 미국에선 트럼프와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의 자리를 놓고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첫 공개 토론은 가관이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없이 시시건건 말을 가로 막고 강도 높은 인신 공격을 퍼붓는 트럼프 측

 구체적인 대안이나 행동력 없이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만 하다가 말문이 막힌 바이든 측


 당장에 보면 미국씩이나 되는 나라의 토론이 도대체 왜 저럴까 싶지만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미 둘은 각자의 전략 아래에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여기 천만 여개의 트위터를 조사하여 보수와 진보층의 언어 경향을 조사한 흥미로운 저널이 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힘'을 주로 얘기하고, 바이든은 '치유'를 이야기 한다.
-  Princeton 대학의 Joanna Sterling은 25,000여명의 11,703,650개의 트윗을 분석하였다. 
-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의 소통 방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1. 연대와 힘
 - 보수파가 진보파에 비해 '권력'과 연관된 언어를 더 사용한다.

 2. 가치관
 - 보수파는 권력, 안보, 전통, 업적 등을 언급하는 반면 진보파는 박애, 자비 등을 언급한다. 

 3. 사회인으로써의 동기와 이념
 - 보수파는 확실성, 질서, 구조 확립 등을 위해 노력하고 공포, 위협, 불안 등을 줄이려 노력한다.
 - 보수파는 확실성, 변화에 대한 저항, 과거 언급, 억제, 위협, 위험 집중 등을 반영하는 언어를 주로 사용했다.

 4. 고유한지, 적합한지에 대한 필요성
 - 보수파는 진보파에 비해 순응, 충성심, 포용적 인습에 중요성을 둔다.
 - 진보파는 자신들의 견해를 실제보다 특별하게 여긴다. 

 5. 감정 표시
 - 진보파는 도덕적 분노, 불의에 대한 분노 및 흥분 등을 더 많이 보인다.
 - 그러나 보수파는 보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공격', '테러' 등의 언어를 많이 썼다.


 제가 볼 때 1차 대선 토론의 승리자는 트럼프였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지지층(보수파)이 안심할 수 있게 했거든요. 보수층의 주된 가치관은 '힘'과 '유지'입니다. 도덕, 젠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 등은 부차적입니다. 일단 힘이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구조를 확립하고 체계를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비난, 인격 모욕 등의 '무기'를 사용하여 적 바이든의 말문을 막았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이는 힘의 논리로 볼 때 목소리 컸던 트럼프의 승리였고, 보수파의 집결을 가능케 했습니다. 힘이 없는 진보파 바이든의 감성 어린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어진 거죠.


 다만 바이든은 트럼프의 방역 실패, 그로 인한 사망자들을 언급하며 그의 비도덕성을 짚고자 하였습니다. 전략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자신의 집결층인 진보층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감성적인 시작 이후 언급했어야 할 '구체적인 방안'이 트럼프의 말 끊기에 의해 자꾸만 막혔습니다. 이는 치명적입니다. 진보파는 트럼프의 비도덕적 행태에 분노하고 더더욱 트럼프에 대한 지지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게 바이든 지지로 갈까는 의문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중 발췌


 초반에 언급했듯 정치는 민주주의 언어의 전쟁입니다. 전쟁은 곧 힘입니다.

 트럼프가 '권력'을 이용하여 힘을 갖추려 하는 것처럼 바이든은 '높은 도덕심'을 이용해 압도적인 힘을 갖추고 대중을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이 보여준 건 '불쌍함'입니다. 결국 보수와 진보 모두 트럼프의 '힘'을 느꼈고, 바이든의 '나약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보수층이 보수 결집할 때 진보층은 반작용 진보 결집과 정치 포기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애초에 땅따먹기가 아니라 상대방 진영 떨구기 싸움이었다고 할까요? 이렇게 보면 결과는 자명합니다. 트럼프는 자기 고객을 만족시킬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비도덕적으로 승리했습니다. 

 당장에 여론 조사만 봐도 그렇잖아요. 유권자 60% 이상이 짜증났대요. 누가 더 치명적이겠어요?




 우리나라도 삼라만상을 정치 탓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수층은 알고 있습니다. 진보층의 내부 분열을 일으킬 핵심 키워드가 '개개인의 도덕적 결함'을 끄집어 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허나, 보수층의 내부 분열은 일부 도덕적 결함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저들이 힘이 없다는 것, 전통과 안전에 대한 수호를 할 수 없다는 것,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런 시선에서 보수와 진보를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이들은 힘, 가치관, 동기, 이념, 적합성, 감정적 표시에서 차이를 가집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이야기가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요?

 누군가를 상대하는 방법이 꼭 정권 지르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 글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드나요? 여러분의 진솔한 성향과 방향을 떠올려보시고, 함께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길 바랍니다.



 * 관련 자료


1. 친할수록 정치, 종교 얘기는 하면 안 된다고? 천만에! [오늘의 심리학 #092]

- Stockton 대학의 Joy Jones-Carmack 이 19년 12월에 낸 기사에 따르면, 이런 "정치적 소통 불안" 또는 "다른 사람들과 민감한 주제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하 PCA)"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39


2. 결국엔 내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설득의 기술. [오늘의 심리학 #168.]

- 설득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보다 메시지 안에 있는 '단어'이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97


3. 욕하고 화 잘 내는 사람 중 보수 지지자가 많은 이유? [오늘의 심리학 #189.]

- 최근 분노에 관한 연구는 '우파적 권위주의' 성격 특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 중이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436




 * 출처 자료


Do Liberals and Conservatives Even Speak the Same Language?

New research shows that the political left and the right communicate differently

Posted Sep 30, 2020 Vinita Mehta Ph.D., Ed.M.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head-games/202009/do-liberals-and-conservatives-even-speak-the-same-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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