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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공부하는 사람은 이게 문제다.

그 소진이 얘기하는 것은


(내 기준) 좋았던 시절 다 갔다.


 앞에 괄호 친 부분이 중요하다. 강조했으니 다시 한 번 읽기 바란다. 괄호가 중요하다.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내 배에 대한 이야기이다.



 4월이 거의 끝나갈 즈음 내 머리 속은 이런 걱정으로 가득했다.


 '아... 슬슬 일 많아지네.'



 물론 일이야 항상 많다. 유튜브 영상 작업, 매주마음줌 등 연구소 자체 집단상담 작업, 브런치나 블로그 등 해야 할 일이 언제나 넘치기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일을 한다. 연구소를 차리고 매일 이랬지만 유튜브를 시작하며 더더욱 그리 되었다.


 다만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는 일은 내게 일이라기보단 즐거운 놀이이다. 놀이로 말미암아 연구소 브랜드 마케팅이 되니 참 감사한 일이로다~ 이런 정도이지. 4월까지는 그랬다. 매주 강의 적당히 나가고, 강의 없는 날에는 집에서 작업하는 식이었다.



 헌데 5월부터는 아니다. 매일 오전 학교에 가서 심리역할극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고, 어떤 날은 오전, 오후 심지어 오전, 오후, 저녁 하루에 세 건을 소화해야 하는 날도 있는 소위 '계좌가 포동포동해지는 기간' 이 시작되었다.


 계좌가 살찔수록 내 좋은 시절은 다 갔다.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당연히 돈을 벌어야하고, 프리랜서 특성 상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도, 나의 체력에도 한계가 있기에 당연히 '놀이'의 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노는 거면 그나마 낫지. 내 노는 활동은 이미 구독자와의 약속이 되었고, 연구소의 존망과 연결되기에 점점 해마 뒤 켠 '해야 되는데...' 폴더에 저장된다. 매주 월요일마다 올리던 매운맛을 못 올린 지 얼마나 되었던가. 월간 형아쌤은 어떻게든 소화하고 있지만 하이고... 정말 혼자 힘으론 점점 벅차다.



 '해야 되는데...' 는 형아쌤 아이덴티티가 가진 최종 보스이다. 체력을 갉아먹고 의욕은 감소하고 압박은 커지며 쌓일 수록 그 크기에 압도된다. 5월이 다 지나가는 현재 평일도, 주말도 일정으로 가득 채우며 보냈더니 보스는 막강해졌고, 유저는 빈약해졌다.


 많이들 '조금씩 쉬면서 하세요.' 라고 하지만, 쉼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쉰다고 '해야 되는데...' 까지 멈출 수 없지 않은가.



 나도 부족한지라 이렇게 여유 없을 때는 프로그램에도 좋지 않다. 집단원을 조망하기보다 내 시야에 갇혀 옹졸해지거나, 감정적 반응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넘어갈 수 있을만한 일이 오늘따라 유독 걸림을 자각할 때가 있는데 그게 이번 주였다. 이럴 때는 뭐가 되었든 자성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맡은 직업 역할로써의 윤리이기도 하다.  



 내겐 내려놓음보다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몰아치다보면 조금씩 내가 '멍청해지고 단순해짐'을 느끼는데 형아쌤에게 독이다. 마음을 다루는 사람이 자기 성찰이 안 되면 게임 끝이지 뭐.


 게다가 이번 주는 운전하다가 잠깐씩 졸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유독 몸이 무겁고, 역할극 할 때에도 몸이 무거워서 더더욱 그러했다.


 '아, 심리적으로 고갈되었구나. 그래. 지금 나에겐 '비움'이 부족해. 자극이 가득하고 고요함이 없어. 명상을 시작하자. 자아 통합을 하자.'



 마음 공부한다는 사람이 이래서 되나 하는 죄책감이 나를 질타하였다.


 이제 한달만 바빠도 마음이 고갈되나? 어휴, 형아쌤 대체 뭐 한거냐. 마음 공부 헛 했네.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어제 아침부터 목이 건조하고 침 삼킬 때마다 아프다.


 슬슬 콧물도 나는게 영락 없는 감기 증상이다.


 ...


 ...


 ...


 아... 마음이 고갈되어 피곤한 게 아니라 건강 적신호였구나.


 몸이 아팠구나. 감기가 걸렸구나.


 심리 공부하는 사람은 이게 문제다. 뭐만 있으면 죄다 마음 탓이여.


 감기약을 샀다. 쌍화탕 먹었더니 목이 좀 나았다. 


 여러분, 평소보다 몸이 무거우면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살펴보세요. 마음의 영향도 당연히 있겠죠. 근데 몸도 몸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에요. 


 음... 미안하다. 몸아.


 이번 주말에도 공교롭게도 못 쉬거든? 워크샵 있잖아.


 잘 버텨보자. 저녁에는 꿀잠 잘 수 있도록 혼잡해진 생각 정리 애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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