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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달 하나씩 심리학 강의를 만들었다.

그렇게 총 32개의 강의가 모였다. [월간 형아쌤 후일담 1편]


 당신의 성격이 마음에 드는가?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당신의 특성이 마음에 드는가? 물으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특성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 중에도 가장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꼽자면 첫째가 창의력이요, 둘째가 낙관성이요, 셋째가 꾸준함이다.


 내게 이 세 가지 특성은 나를 상담심리사로 이끌었고, 사이코드라마티스트로써 상당히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심리상담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웹툰 작가, 소설 작가, 대중심리서 저자, 방송 출연, 유튜버까지 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리학을 활용하여 나만의 강의를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은 대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생각한다고 행동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 그저 하나의 발상에 지나지 않은 무형의 꿈이었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조금씩 구독자가 생기면서 소위 말하는 '팬 층'이 생겼다.


 팬들에게 보다 더 형아쌤스러운 컨텐츠를 제공하고 싶어졌고 그래야 할 의무가 생겼다. 적어도 팬들에게 내가 이 사람을 이래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유니크한 특색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 때 떠오른 게 나만의 심리학 강의 컨텐츠였다.


 기왕 만드는 거 매 달 하나씩은 만들자. 그래서 실시간 강의 스트리밍을 무료로 진행하자. 이 강의 시간이 구독자들에겐 즐거운 축제, 새로운 구독자에겐 형아쌤을 알리는 계기, 채널은 나만의 특색을 담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 그런 뒤 추후 강의 원본을 다양한 강의 어플에 올려서 부수적인 수입까지 올리면 완벽한걸?


 이런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2020년 8월 드디어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이름은 <월간 형아쌤>. 앞으로 매 달 빼도박도 못 하고 강의를 만들게 될 셀프 마감형 네이밍이었다.




20년 8월 월간 형아쌤
1. 가짜 행복 말고 진짜 행복 찾기


 공부하며, 상담하며, 경험하며 내 머리 속으로만 부유하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강의로 엮어 그렇게 첫번째 월간 형아쌤 강의로 완성하였다.

 매번 말로 하던 '계단 심리학'의 개념을 언급하고 공식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강의는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역시 체계적인 정리를 하려고 하자 설명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생겼고, 그걸 보충하기 위해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으니까.


 본 강의는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고 잡아가려는 대학생 대상의 강의에도 몇 차례 진행을 했었다.

 그 결과는 매번 긍정적이었다. 계단 심리학은 수강자들이 자신이 현재 어느 단계인지, 그리고 그 단계에는 무엇이 필요한 지를 깨닫고 단계별 맞춤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강의는 대성공이었다.

 많은 분들이 호평을 담아 강의 리뷰를 적어주셨고, 강의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분도 많았다.


 그리고 때마침 매우 신기한 일이 생겼다. 당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00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멤버십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멤버십 제한을 풀어준 것이다. 원래는 강의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일일히 신청을 받아 강의 원본 영상을 메일로 보내는 번거로움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멤버십이 열리니 채널 멤버로 가입만 하면 그간의 월간 형아쌤을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 것이다. 유튜브 채널이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시의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강의 배포 문제도 해결 되었겠다. 강의 반응도 좋았겠다. 월간 형아쌤을 그만 둘 이유가 없었다.

 나는 신나서 바로 다음 강의 제작에 착수하였다.




20년 9월 월간 형아쌤
2. 넌 이기적이에요. 딱 남들만큼만


 20년 8월에 계단 심리학 개념을 소개했으나 아무래도 큰 틀에서 소개하는 정도였기에 각 단계마다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20년 9월 월간 형아쌤은 계단 심리학의 첫 단계인 '남 탓' 단계를 세부적으로 알아보는 컨셉이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지랄 총량의 법칙' 이라는 인터넷 개념으로 시작하여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핵심적인 삶의 순간들을 조명하고, 그 뿌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촉진하는 강의였다. 

 제목의 발칙함도 그렇고 내용이 주는 압도성도 있어서 수강자들에게 위로와 통찰을 줄 수 있었다.

 정체성에 대한 핵심 강의이기에 추후 강의에도 이 대목을 언급할 때가 많다. 

 아마 이 강의 PPT 내에 있는 한 컷은 내 강의 인생 내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착하다는 얘기 들으며 말도 못 하고 끙끙대던 이들에게 구원이 되는 강의.

 특히 중, 고, 대학생 대상으로 하기에 적절하다 싶다.




20년 10월 월간 형아쌤
3. 그 힐링과 위로가 당신에겐 독이다.



 20년 9월 월간 형아쌤이 계단 심리학의 초입이었다면 20년 10월 월간 형아쌤인 그 힐링과 위로가 당신에겐 독이다 강의는 계단 심리학이 다른 심리학 이론과 차이를 갖게 만드는 정수였다. 쉽고 간편한 대중 심리학. 거기에서 기인하는 오용과 남용이 오히려 개인을 행복과 먼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데 그것을 논리적으로,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강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해줬기에 지금까지도 상당히 애정하는 강의이다.


 강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강자의 실시간 채팅을 보며 느꼈던 감상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 나와 같은 곳에서 문제 의식을 느끼는 분이 많구나. 어쩌면 지금 이 상태는 과도기일 뿐 정반합의 과정을 지날 수 있겠다.'

 이런 긍정적인 들뜸이 생겼다. 

 내가 상담에서 취하는 주된 포지션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기에 의미 있는 강의!





20년 11월 월간 형아쌤
4. 대체불가능한 인간 되기


 지난 월간 형아쌤으로 남탓 단계와 내탓 단계를 다뤘으니 계단 심리학의 다음 단계인 남덕, 내덕 단계를 해야했다.

 그치만 여기부턴 상당히 불교적인 원리, 영성적 원리가 들어가는 데다가 표현이 조금만 어긋나도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준비에 부담이 있었다.

 재미있게만 준비하던 월간 형아쌤에 처음으로 막히는 경험을 했던 때이기도 하다.

 강의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어려움의 돌파로 나는 회피(?)를 선택했다.

 계단 심리학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았기에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어> 책에서도 다룬 내용을 브런치 연재 내용과 섞어 만들었는데 어우, 이게 꽤 괜찮았다.

 꾸준히 브런치에 <오늘의 심리학>을 올렸던 덕에 강의의 전문성을 보충할 레퍼런스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쌓아놓으면 활용할 때가 생긴다니까...

 이후에도 월간 형아쌤은 <오늘의 심리학> 매거진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20년 12월 월간 형아쌤
5. 어딜 가든 사랑 받는 사람 되기


 그런 이유로 11월부터 고심했던 강의를 결국 12월에 완성했다.

 심리학 내에 있다보면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된다. 창조와 통합으로 갈 수 있는 심리학 지식은 별 인기가 없고, 자칫 남 탓에 빠져 오히려 속을 공허하게 만드는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심리학 파편이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강의를 만들 때부터 '이걸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며 접근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제목 보고 오는 소수의 구독자들이 이 내용을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하며 만들었다.


 이 고민은 추후에도 내게 큰 도움이 된다.

 월간 형아쌤을 만들 때 많은 수강자, 반응, 리뷰 보다 강의 자체를 이끌어 가는 퀄리티에 집중하게 되었으니까.

 물론 정말 10명도 안 되는 분들 앞에서 진행했던 강의도 생겼지만, 이 덕에 월간 형아쌤 강의의 종류와 스펙트럼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강의 자체는 오랜 고심으로 만들었기에 상당히 유익하다.

 계단 심리학의 최종 단계 보다는 장기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생활 신념을 배우는 강의로 봐도 무방하다.

 또한 확신한다. 이 강의를 보고 이대로만 살아도 어딜 가든 사랑 받으며 살 수 있다고.





21년 1월 월간 형아쌤
6. 우울증이 죄는 아니잖아요.



 21년 새해가 시작되었고, 계단 심리학 시리즈가 마무리 되었다.

 어느덧 강의도 6번째이고, 나는 또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다.


 뭘 할까? 어? 그런데 저번에 <오늘의 심리학>에서 정보 활용을 했었잖아. 그럼 이번엔 아예 오늘의 심리학에 있던 내용을 전체적으로 엮어서 강의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매우 대중적인 스멜의 우울증 강의를 기획할 수 있었다.


 다만, 대중 심리에서 다루는 우울, 불안, 성격장애 이런 요소엔 착각할 부분이 너무 많다.

 특히 우울증은 그 증상, 발생하는 원인, 그에 대한 대처 인식 등에 오해가 만연하기에 우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강의를 만들었다.

 솔직히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우울 강의보다 균형 잡히고 잘 갖춰진 강의라고 생각한다.

 우울에 빠진 이에겐 위로와 안심을, 우울을 지켜보는 이에겐 바른 방면의 시점을 줄 수 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21년 2월 월간 형아쌤
7. 내 인생이 편해지는 행복 가치관 (1)


 곡성에서 말했던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건드려부렀다고.

 이 강의가 딱 그랬다.


 사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상담 스타일, 심리학적 신념과 가치관은 대부분 은사님이신 대화 스님으로부터 나왔다.

 대화 스님은 '월례 정진' 이라는 삶의 권장 신념 특강을 매 달 진행하셨는데 거기에서 깨달았던 다양한 삶의 태도를 형아쌤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한 편에 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지식이니 시리즈물로도 적당! 한동안 강의 뭐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즐거움으로 기획에 들어갔다.


 하나 간과한 점이 있었다. 그래. 맞다. 이 강의 내용... 지나치게 깊었다.

 그래서 전공자나 심리학 지식, 삶에 대한 깊은 경험이 있지 않은 대상자에게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강의를 준비하는 일주일 내내 고민, 갈아엎기, 재구성, 갈아엎기를 반복한 끝에 가르치는 강의가 아닌 설득하는 형식으로 결정을 했고, 정말 간절히 물건 파는 마케팅의 심정으로 구성을 하였다.


 많은 고민이 들어가서일까? 내용물은 지금 봐도 상당히 괜찮은 수준. 만족이다.

 다만 구성에 너무 많은 힘을 들인 나머지 강의를 진행할 때 힘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2시간 40분을 했는데도 마지막 챕터가 남아서 끝부분을 별 수 없이 흐지부지 하게 되었는데 못내 아쉽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이 때의 아쉬움은 이후 월간 형아쌤 당일 두어 차례의 리허설을 하여 준비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그 결과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21년 3월 월간 형아쌤
8. 어쩌다 선한 사람이 악해지는가?



 브런치에서 내 명칭은 '생활심리학자 형아쌤' 이다. 

 그만큼 나는 사회 현상을 토대로 일상 생활 속 심리학을 논하는 것을 좋아한다.

 21년 3월은 한창 젠더 갈등, 폭력에 대한 갑론을박 등 분노와 혐오 등의 사회 이슈가 많을 때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반적 흐름이 추후 SNS 환경 및 개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 나로써는 이런 작금의 상황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옳다 그르다를 따진 건 아니다. 오히려 이걸 옳다 그르다의 시선으로 보며 어딘가 한 쪽을 어떻게든 '악'으로 규정짓고자 하는 그 경계 짓기가 위험하게 보였다. 


 '악'은 외면과 배제의 대상이 아니다. 이해하고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론 내 안에 있는 그림자적인 면을 깨닫고 수용하는 정도까지 가야 한다.


 이 강의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누군가가 현재 보이고 있는 상태를 통해 어린 시절의 경험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탁월한 통찰점은 내가 상담할 때도, 심리극 디렉터를 할 때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고 별로 인기를 끌지 못 한 강의이지만 수강자에 한해서는 만족도가 상당했던 강의.

 추천한다. 상당히 잘 만든 강의이다.





21년 4월 월간 형아쌤
9. 오히려 당신을 병들게 하는 심리상식들



 이번 강의는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책장에 있는 한 권의 책이 보였다.

 임상심리학자 스티븐 브라이어스가 쓴 <엉터리 심리학> 이라는 책이다.

 심리학 지식을 단순히 취급하는 선을 넘어 그것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월간 형아쌤이 여타의 심리학 강의와 차별점을 두는 부분이 바로 이 '당연했던 사실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월간 형아쌤 강의와 상당히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약간의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 정말 즐겁게 기획한 강의이다.

 특히 심리학 공부를 이제 막 시작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꼭 들려주고픈 강의이다.

 주는대로 삼키는 게 아닌 씹고 머금고 소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실제로 게슈탈트 동아리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었는데 그 반응과 효과가 매우 좋았다.







 원래 32개 강의 전부 한 포스팅으로 몰아 적으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스크롤 압박이 굉장하다.

 8개 강의씩 4개 포스팅으로 나눠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어? 근데 왜 9개 썼지?)

 다 올리고나면 통합본으로 한 번 더 모아야지.


 아내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강의는 특강 제안서 형식으로 재구성 했다.

 양질의 강의인만큼 묻지 않고, 꾸준히 드러내서 다양한 강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에 제안서 형식으로 넣어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마지막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써보겠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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