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알아야지, 우리 말이니까

by 해뜨는집

우리말 퀴즈 몇 가지.

1. ‘한글’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2.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이름으로 지어진 우리나라 대표 음악당 이름은?

3. 한글은 ○○○○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다.

4. 한글날은 5대 국경일로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 × 중에 고르시오.

(정답은 아래쪽에)

위 문제는 학교에서 실시한 한글날 행사의 퀴즈대회에서 쓰인 것이다. 아주 재미있는 오답도 있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단어들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한글이라는 말도 ‘세종대왕’이 만들었고, 한글은 ‘우리나라’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란다. 하기야 한글에 대한 기본 지식이 무엇이 필요하겠나? 한글을 바르게 읽고, 쓰고, 말하면 될 것이다. 이런 잡다한 지식을 알려주려고 만든 행사는 아니다. 아이들이 한글이 만들어진 것에 대하여, 그리고 이런 한글의 소중함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이름하여 ‘나랏말싸ᆞ미 데이’ 행사다. ‘데이’란 말을 ‘날’이라는 한글로 바꿨어야 하는데 이건 옥의 티다. 그래도 이걸 시비거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으니 다행이다. 초코파이를 잔뜩 쌓아놓고 행사는 시작되었다. 그 맛있는 점심을 먹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업 말고는 뭐든지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참여만 하면 웃고 즐길 수 있고, 맛있는 간식도 받을 수 있으니 이걸 마다할 수는 없다.

한쪽에서는 우리말 받아쓰기 대회가 열렸다. 골든벨 형식으로, 작은 칠판에 받아 적고 틀리면 나가야 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우승이다. 우승자에게는? 학교장 표창까지 수여가 되니 내신성적에도 들어가는 상을 받는다.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밥을 마다하고 온 아이들이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대회 시작.

첫 번째 문제는 ‘대제중학교는 명문 사립 중학교다’라는 문장. 세 명이 아웃이다. 뭔 중학생들이 자기네 학교 이름도 모른다. ‘대제’를 ‘대재’로 썼다. 이 녀석들은 떨어져야 마땅하다. 예전 같으면 종아리를 한 대 맞아도 싸다. 자기네 학교 이름도 쓸 줄 모른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생일은 내일 모레 글피다’라는 문장. ‘첫번째’를 ‘첮번째’로, 혹은 ‘첫째’로 쓴다. 그리고 ‘글피’라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니 쓰지를 못한다. 그래서 탈락. ‘벗꽃이 조금씩 피려고 한다’에서는 ‘벗꽃’을 못 써서,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쬔다’는 문장에서는 햇볕을 ‘햇볓’, ‘햇빛’, ‘햊볕’으로 써서 탈락한다. 결국 5번째 문장에서 우승자가 나왔다. 그래도 다들 즐거워한다. 떨어진 아이들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면서 남은 아이들을 부러운 듯이 바라본다. 떨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자체를 즐거워한다. 그게 아이들이다.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단번에 아이들의 한글 실력이 늘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한글날이라는 게 있다고, 우리는 그런 위대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연 행사였다. 원래 앎이란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알게 되는 것.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똑바로 앉아서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웃고 떠들고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글날이라는 게 있구나, 한글의 처음 이름은 가갸날이었구나, 한글이 1443년에 만들어졌으니 무척 오래되었구나, 이런 것들을 알면서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또다른 한글날 행사는 캘리그라피 쓰기였다. 한글로 쓰여진 예쁜 문장을 따라 쓰고 전시하는 것이었다. 젯밥에 관심이 더 큰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제법 열과 성을 다해 문구를 따라 적었다. 그 문구에서 희망을 찾았으면 했다. 확실히 좋은 말에는 힘이 있다. 붓펜으로, 싸인펜으로 받아 적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이래서 아이들에게는 좋은 글을 보여주어야 한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오늘은 맘 편히 쉬어요.

매일매일 행복하세요.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빛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넌 이미 별이야.


편하게 쓰는 우리말이 나를 치유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좋은 말들로 가득한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된다. 그런 말들로 나를 채우면 나 자신이 행복 전도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절로 행복한 세상이 된다. 과자 하나를 받기 위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덩달아 행사에 참여했던 아이들 모두 즐거움에 들뜬 표정들이었다. 그래서 학교는 또다시 행복한 하루를 맞았다.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셔서.

※ 퀴즈 정답 1. 주시경, 2. 세종문화회관, 3. 유네스코,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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