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힘들고 지쳤어요
2015년,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식스맨’ 특집을 통해서 제6의 멤버를 뽑는
오디션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방송인 홍진경님이 출연했고,
MC 유재석님이 ’지금 지쳤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홍진경님은 ‘아니오’라고 답했지만,
거짓말 탐지기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로
그 대답이 거짓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장면이 마냥 웃기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수면 유도제를 종종 사러 오는 단골 손님이 있습니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도통 밤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하셔서
어떤 제품 하나를 소개해드렸는데,
그것이 잘 맞는다고, 그거 먹으면 푹 잘 잔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오늘은 오후 7시 40분쯤 방문하셨어요.
제법 해가 길어져서 그 시간에도 밖이 훤하죠.
“안녕하세요. 제가 늘 먹는 거, 그걸로 주세요“
“네.”
“근데, 아직도 영업하세요?”
“그럼요. 아직 영업 시간 중이니까요.”
“아이구, 안 피곤하세요?“
“네, 괜찮아요.”
“아이구, 괜찮긴요. 그렇게 오래 일 하시는데. 가서 푹 쉬세요.”
피곤하지 않냐는 손님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거짓말해버렸네요.
아마 거짓말 탐지기를 달고 있었더라면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을 겁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자영업은 지치고 고된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런 일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발생하면
몸도 마음도 금세 바닥을 칩니다.
요즘 사람들 삶이 팍팍해서 그런지
조그만 것에도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서
손님들 응대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요근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서였을까.
오늘 단골 손님께서 남겨주신 얕은 위로는
제 마음을 깊이 푹 적셔주었습니다.
‘지쳤나요? 피곤한가요? 힘든가요?’라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말은 하지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습니다.
이런 고단함과 고됨을 친구삼아 살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걸까요?
늦게 철 드는 중인 어른이에게
진정한 어른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