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좋지 않은 눈으로 뿌연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무언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색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상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마음이 편한 것인지.
누구인지 보이지 않아 부담이 덜 한 것인지.
뿌연 세상은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게 해 준다.
가끔 세상을 사는 것이 힘들 때에는 안경을 벗는다.
그러면 머리 아팠던 고민들이 마치 꿈속에서의 일인 듯 멀게 느껴진다.
안경을 벗고 살고 싶다.
뿌연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을 반만 인지한 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