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포틀랜드, 또다시 아프리카를 준비하는 한달살기
4살 제주에서, 7살 미국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왔습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아이와 둘 만의 시간을 갖는 건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엄마가 다 할 수 없는 일상이었기에 아직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꿈꿨던 버킷리스트를 반 정도 이루고 나니, 남은 꿈도 이미 준비가 끝난 듯합니다. 잘 챙겨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
#100일기도
꽁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던 날 기도했다. 나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음악과 미술을 즐길 줄 알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어달라'라고, 친정 엄마는 '돈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으로 커달라고'. 살면서 우리는 일상이 반짝반짝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길 바랐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자연에서 지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더워도 추워도 율동공원이나 근처 계곡으로 향했다. 개구리가 알을 낳은 철이면 올챙이를 잡고, 새끼 송사리들이 떼 지어 다니는 초여름엔 송사리를 찾으러 갔으며, 여름의 끝물이면 비 맞아 땅에 떨어진 초록 햇도토리를 보러 공원으로 갔다. 그리고 틈틈이 모래놀이를 하러 바다로 떠났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 돌멩이, 꽃, 열매들을 모두 아끼고 사랑했다.
도토리도 미국 도토리가 궁금할까 봐, 단풍잎도 미국 친구가 보고 싶을까 봐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가 인사시켜 줬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과, 배, 복숭아, 귤, 호박은 미국에선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애플 피킹을 가고, 펌킨 패치를 가고, 콘 메이즈를 찾았다.
제주도에선 매일 모래놀이를 했고, 미국에선 공원과 놀이터를 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한달살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속도대로 아이가 커가길 바란다.
#매직이도 #세번째한달살기 #아프리카
펭귄 매직이는 꽁이의 애착 인형이다. 고양이만큼 좋아한다. 이젠 애착에서 애증으로 감정이 바뀐 듯도 하다. 가끔 엄마가 자기보다 매직이를 더 좋아한다고 느껴 토라지기도 한다. 여태 7살 동갑이었다가 자꾸 5살 동생이라고 나이를 깎아 내린다.
매직이는 늘 꽁이와 함께 여행했다. 4살 첫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제주 한달살이도, 미국 한달살이도 함께 했다. 올해 초엔 매직이 고향(?)인 싱가포르로 여행을 다녀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매직이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느라... 가끔 매직이의 고향이 헷갈린다.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인가, 마다가스카르 섬인가, 남극인가. 그런데 젠투 펭귄은 칠레 파타고니아에서 산다고들 한다.
아프리카에서 먼저 봐야 할 동물은 펭귄이 될지도 모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해변엔 저 멀리서 헤엄쳐온 펭귄들이 산다. 매직이와 같은 종인 젠투 펭귄은 아니지만 펭귄이 남극이 아닌 따뜻한 바닷가에 있다는 건, 펭귄이 잠수 조류라는 것만큼 신기하다. 애니메이션처럼 마다가스카르 섬에 펭귄이 사는 지도 다시 검색해봐야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파리 지역인 케냐의 국립공원으로 가는 여정이 될지,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르는 여정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를 가는 시기의 우리의 상황에 따라 모든 관심사는 바뀔 수 있으니까. 다만, 그때까지 꽁이의 애착 인형이 매직이이길, 나의 밥벌이와 건강이 괜찮길, 우리가 아프리카라는 나라에 계속 관심을 갖길 바랄 뿐이다.
#불편하고 #가난하게 #여행하기
아프리카 한달살기는 아이가 외로움과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나이에 갈 것이다. 제주도와 달리, 이번 미국 한달살기 후 아이에겐 생각지 못한 분리불안이 생겼다. 엄마가 아니라, 친구와의 분리불안. 친했던 친구들의 무리가 변했고, 절친인 한 친구가 며칠 등원하지 않자 아이는 손톱을 깨물거나, 손을 빨고, 머리카락을 연일 입에 물고 있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 한달이 준 선물도 컸지만, 한달이 가져온 변화도 컸다.
그리고 아프리카 전에 몸과 마음을 단단히 여메기 위해 초등학생이 되면 불편하고 가난한 여행을 해볼까 한다. 편안한 비행기, 시설 좋은 호텔&리조트, 우버&그랩 같은 교통수단 등을 벗어나 각자 배낭을 메고 제한된 예산 내에서 함께 여정을 짜보는 경험이 밑바탕 되어야 아프리카를 더 행복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풍성하게 잘 못 차려 먹더라도, 하루 못 씻더라도 몸은 불편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해지는 그런 경험, 오랜만에 해보고 싶다.
나는 네번째 십대지만, 너는 곧 십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