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포틀랜드, 또다시 아프리카를 준비하는 한달살기
집 주변은 단풍이 절정입니다. 매년 '올해 단풍은 유독 더 예쁜 것 같아'라는 말을 반복하는데요. 가는 가을이 아쉬워 어제는 아이와 화랑공원을, 오늘은 율동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자연이 물들인 단풍잎, 떨어진 솔방울을 주우며 포틀랜드의 가을을 떠올렸습니다. 포틀랜드의 완연한 가을을 다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게 아쉽지만, 가을은 한국이 최고지요. 그렇치만 오늘도 포틀랜드가 그립습니다.
포틀랜드 첫날은 마치 제주 입도 첫날과 비슷했다. 뜨겁고 사막같은 LA와 달리 쌀쌀하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어둡고 축축한 그런 날씨. 그런 오후 서둘러 집을 찾아가는 그 설레는 길 끝에 우리가 머물 집을 발견한 순간 감탄이 나오던 순간이 그대로 연상되었다. 우리가 포틀랜드에서 머물 집을 보자마자 여기선 집순이가 되겠구나 싶었다.
아침 LA 공항에서 신랑과 헤어졌다. 신랑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와 아이는 점심때 포틀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나이키 직원들이 많은 걸 보니 포틀랜드에 가는 게 실감 났다. 그렇게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퐅랜에 오다니...
#포틀랜드집순이
에어비앤비에서 이 집을 본 순간 나는 주저 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다. 호스트 프로필에는 부부 둘 다 포틀랜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라고 했으며, 둘 사이에 꽁이 또래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보였다. 호스트의 페인팅과 손수 꾸민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나와 아이의 취향을 저격했다. 게다가 (3일째 되던 날 만났지만) 이 집엔 아주 특별한 호스트 냥이들과 멍이, 허밍버드까지 있었으니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에겐 더없이 사랑스러운 집이었다. 아침이면 허밍버드가 물을 마시러 날라왔고, 오후엔 고양이 루비와 강아지 페코가 집 앞에서 해를 쬐고 있었다.
포틀랜드에 오자마자 아이는 김밥에 어묵국이 먹고 싶다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음식 잔뜩 먹었으니 질릴 만도. 한국에서 가져온 후리가케와 햇반, 즉석 미역국으로 아빠가 주먹밥에 미역국도 차려주고, 미국 햄과 계란으로 볶음밥도 해줬지만, 이쯤이면 한국음식이 그리울 만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비버튼의 한인마트로 향했다. 구글맵 상 H마트로만 검색을 한 실수였는지 생활용품만 파는 곳이었고, 인근의 G마트로 다시 이동해 오랜만에 한국 식료품을 맘껏 카트에 담았다.
주로 한인마트와 타깃(Target), 집 근처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 장을 본 뒤 매일 밥을 해 먹었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인형 놀이를 하고, 날이 좋으면 루비와 페코와 마당에서 놀았다. 가끔 호스트의 딸과 함께 바닥에 초크로 그림을 그리고, 오이나 토마토, 콩을 따먹었으며, '마이 리틀 포니'를 보는 일상을 즐겼다. 말이 통하진 않지만 포니로 마음을 맞춘 두 여자아이들은 훌륭한 케미를 보이며 친구로 지냈다.
#포틀랜드_책읽기
호스트는 포틀랜드 관련 다양한 책을 비치해놓았다.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우일 작가의 포틀랜드 책도 있었다. 이우일 선현경 작가 가족은 내가 닮고 싶은 가족이라 매우 반가웠다. 예전부터 딸 하나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모습과 자유분방한 마인드, 여행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해왔다. 그 작가 가족이 포틀랜드에서 2년 정도 거주한 걸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이 반가웠다. 그 외에도 포틀랜드의 핫한 곳들을 알려주는 Finder 잡지들, 오리건 하이킹 책, 지역을 소개하는 가이드 북 등을 첫날부터 읽기 시작했다. 정보도 구할 겸.
하지만 아이와 포틀랜드에서 가볼 만한 곳들에 대한 팁은 주로 한인마트에서 얻었다. 직원분들은 아이와 한달살기 중이라고 하니 소중한 정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워싱턴파크, 라이브러리, OMSI, 틸라무크 치즈팩토리 등...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포틀랜드에서 뭐할까 생각해봤다. 가을에 미국 오면 해보고 싶었던 애플피킹, 펌킨패치에 그리고 오리건 주에 왔으니 와이너리 투어를 더해 버킷리스트를 디테일하게 쪼개기 시작했다.
#포틀랜드 #버킷쪼개기
스텀프타운커피 시작으로 퐅랜 피플들이 사랑하는 로컬 커피 즐기기
퐅랜의 수많은 수제맥주, 와인 즐기기
아이와 1일1파크(+놀이터) 가기
아이와 트레일 코스에서 하이킹하기
할로윈 맞이 펌킨패치와 잭오랜턴 만들기 도전하기
애플(배, 복숭아, 자두 등) 피킹 해보기
와이너리(리즐링, 피노그리, 로제, 피노누아 등) 방문, 와인 테이스팅 해보기
폭포+호수+산+강+바다 등 오리건 대 자연 즐기기 (어쩌다 보니 영화 '트와일라잇' 에드워드&벨라 동선)
자전거 타기
포틀랜드 야경 보기
빈티지 물건, 나이키, 아이폰 11 쇼핑하기 (오리건 주는 tax free!!)
로컬을 사랑하는 포틀랜디아처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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