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포틀랜드, 또다시 아프리카를 준비하는 한달살기
미국 한달살기의 하이라이트는 LA 디즈니랜드였습니다. 엄마가 된 1일부터 꿈꿔왔던 디즈니랜드에 와있다는 게 너무 벅차 왔습니다. 7년차 딸바보 엄마가 아이를 위한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그날, 그다음 아프리카행도 진정 가능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You are braver than you believe, stronger than you seem, and smarter than you think." — Christopher Robin, Winnie the Pooh
#디즈니랜드도장깨기
나는 지금도 디즈니랜드 2박3일을 후회한다. 최소 3박4일이나 4박5일을 머물렀어야 했다고. 호텔도, 식사도, 엔터테인먼트도... 아이를 위한 완벽한 버킷리스트를 완성해주기 위해 매일 디즈니랜드 웹사이트를 들어가 몇 번이고 검색하고 비교했다. 두 테마파크엔 뭐가 있는지, 118cm 여자아이가 탈 수 있고 좋아할 어트랙션은 무엇인지, 디즈니와 픽사가 창조한 수많은 캐릭터들은 주로 어디에 위치하는지, 수만 인파들 속에서 디즈니의 화려한 쇼들을 편하게 보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영어로 읽고 또 읽고. 모르는 건 포털사이터와 여행 카페를 검색하며 공부했다.
디즈니랜드는 굉장히 비싼 곳이다. 그리고 매우 바쁜 곳이다. 많은 예산을 할애한 만큼, 더 즐겁게 놀려면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 완벽하게 준비해주는 게 엄마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엄마 덕분에(?) 아이는 3일 동안 Queen Elsa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냈다.
#7세딸이랑 #디즈니랜드100%즐기기
디즈니니까, 디즈니호캉스
LA 디즈니랜드엔 3개의 공식 호텔이 있다. 나는 Disney's Grand Californian Hotel & Spa로 정했다. 디즈니 특유의 폐쇄적인 예약 시스템 때문에(리뷰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 고민하다 선택했다. 위치 상 이 호텔이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파크 옆에 위치해 있다. 숙박하면서 알았지만 호텔에서 어드벤처 파크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편리하기도 하다. (가방 검사 줄이 매우 짧다.)
디즈니 분위기를 내려고 테마파크가 일부 보이는 룸으로 예약했다. World of Color 쇼를 호텔방에서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으나, 그 시간에 방에 있질 않았으니... 호텔 콘셉트 자체가 클래식하고 트래디셔널한 캘리포니아 풍이라 객실 안에 미키미키하거나 공주공주하지는 않았다. 조식도 불포함이고, 미니바에 생수병도 하나 없는 참 야박한 호텔이지만, 그래도 디즈니니까.
이 호텔의 매력은 고즈넉한 수영장과 스파이다. 호캉스의 묘미는 수영장이므로, 바쁜 디즈니랜드 일정을 쪼개어 오후에는 꼭 수영을 즐겼다. 어른과 아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수영장이 많이 마련되어 있었고, 나는 매일 따뜻한 자쿠지 스파에서 피로를 풀었다. 다녀본 호텔 자쿠지 중에 아마 최고였던 듯 싶다.
그 외 호텔 투숙객에 제공하는 매직 아워나 바우처 등의 혜택이 있다.
디즈니랜드 웹사이트 내 캘린더에서 내가 방문하는 날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스케줄을 보면 당일 어느 테마파크가 매직 아워가 적용되는지, 엔터테인먼트는 몇 시에 진행되는지,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와 쇼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다. 판타즈믹 쇼가 금요일 밤에 있어 디즈니랜드 파크를 금요일로 정했고, 겨울 왕국 쇼와 월드 오브 컬러 쇼는 매일 진행되고 있어 어드벤처 파크를 목요일에 가기로 했다.
두 테마파크에 118cm 어린이가 탈 수 있는 어트랙션은 생각보다 많았다. 어린인데 뭐 많이 타겠어 생각했다가 첫날 아침 디즈니 카 테마의 Radiator Springs Racers를 45분 기다리고 나서 난 맥스 패스를 결제했다. 35도 무더위였는데...
#캐릭터맛집 디즈니랜드
마침 추석날 디즈니랜드에 있어 한국에서 한복을 챙겨 왔다. 그래도 미리 공주가 되기 위한 쇼핑을 LA에서 했다. 디즈니 스토어에는 디즈니 캐릭터별로 코스튬 할 수 있는 의상, 구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는 처음에 핑크색 드레스에 반해 라푼젤이 되겠다고 한참 떼를 썼으나,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공주인 엘사로 타협했다. 엘사가 Let it go를 부를 때 갈아입는 하늘색 블링블링한 드레스에 왕관을 선택했다. 하필 맞는 구두 사이즈가 없어서 구두만 애너하임에 가서 사기로 했는데, 디즈니랜드에도 없어 미녀와 야수의 벨 구두를 신게 되었다. 그날 엘사 의상에 맞춰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 풀 액세서리를 고르고 나서야 우리는 쇼핑몰을 나올 수 있었다. 디즈니랜드에도 수많은 스토어가 있지만, 쇼핑객들이 너무 많아 차분하게 고르고 계산하기 쉽지 않으니 LA 다운타운이나 인근 아웃렛에서 미리 쇼핑하길 추천한다.
디즈니 그랜드 캘리포니언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공주들과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Napa Rose 레스토랑 때문이다. 디즈니의 공주들이 테이블을 돌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 찍고 싸인을 해준다. 물론 레스토랑엔 공주로 치장한 여자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꽁이 역시 엘사였다. 라푼젤이 웰컴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으니 쟈스민, 벨, 오로라, 티아나, 뮬란, 포카혼타스 등이 꼬마 엘사 여왕에게 Your Highness 라며 허리 굽혀 인사를 하러 왔다. 물론 식사, 디저트와 음료도 우아한 공주님을 위한 완벽한 코스였다.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선물도 함께.
캐릭터들은 2개 파크 모두 나타난다. 디즈니 앱의 캐릭터 Map을 주시하고 있으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첫날 어드벤처 파크 입장과 동시에 엘사와 안나를 만나러 갔지만, 아쉽게도 엘사 여왕과 엘사 공주만 있었다. 이후로도 라이트닝 맥퀸, 메이터, 보핍, 데이지덕 등을 만났고, 둘째 날 개스통, 피터팬과 후크선장, 앨리스와 모자장수, 푸와 이요르 등을 만나 싸인을 받았다. 특히 피터팬은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한국판 수건돌리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등의 놀이를 함께 해준다. 그리고 디즈니랜드를 간다면, 싸인 앨범과 펜은 필수! 돌아와 각 싸인 옆에 사진을 넣어 앨범을 완성해줬다.
오늘의쇼! 쇼! 쇼!
디즈니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쇼! 어드벤처 파크엔 겨울왕국 쇼와 저녁 월드 오브 컬러 쇼가 유명하고, 디즈니랜드 파크엔 퍼레이드, 불꽃쇼, 판타즈믹 쇼를 손꼽는다. 대부분의 쇼는 식사 패키지가 있는데 웹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이 식사 패키지를 이용하면 VIP 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난 겨울왕국, 판타즈믹을 다이닝 패키지로 예약했다.
겨울왕국 식사 패키지는 꽤 비싼 편인데 3가지 코스로 나오는 정찬 스타일이다. 굉장히 클래식한 레스토랑에서 정성스러운 식사가 나오고 마지막에 겨울왕국을 테마로 한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식사를 하면 VIP 티켓을 주는데 공연장 뒤쪽 출입구로 먼저 들어가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당연 무대 앞 1열 센터 자리에 앉았다. 엘사가 바로 코앞에서 Let it go를 부르는데 황홀했다.
판타즈믹은 grab-and-go 패키지로 예약했다. 도시락을 주문한 뒤 티켓을 받게 된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도착하면 판타즈믹 공연을 가운데에서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데 역시 맨 앞줄에서 볼 수 있었다. 추석 보름달이 뜬 금요일 밤, 수만 인파가 몰려드는 디즈니랜드에서 7세 아이를 데리고 판타즈믹과 이어지는 할로윈 불꽃쇼를 관람했다. 이후 퍼레이드와 공주성 불꽃쇼까지 보는 건 무리다 싶어 퇴장했다.
즐거움만큼이나 아쉬움도 크게 남는 디즈니랜드. 디즈니는 아이에게 꿈과 환상을 선물해주었을까? 나중에 딸에게 물어보니 호텔방 TV에서 보는 미키마우스 만화영화와 수영장이 재미있었단다. ^^
미키, good-bye! 덕분에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