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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한달살기 또 가요 #5 포틀랜드 전 라라랜드?!

애월, 포틀랜드, 또다시 아프리카를 준비하는 한달살기

by 벨롱님
2016년 12월, 4살 겨울 제주 애월에서의 예습을 토대로 2019년 9월, 7살 가을 미국 라라랜드&포틀랜드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디즈니랜드와 포틀랜드라는 두 버킷리스트를 합친 덕분에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고 반짝반짝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쩌다 두 번의 한달살기를 하게 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

#디즈니랜드X포틀랜드

계획을 앞당겨 2018년 추석 연휴를 끼고 디즈니랜드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4년 근속으로 받은 리프레시 휴가가 있으니 신랑이 먼저 귀국하고 나는 며칠 더 지내고 와도 되지 않을까? 가 두 번째 한달살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휴가계 컨펌 없이 저지른 비행기 티켓 예매는 출발 90일 전이 다가오자 골칫거리로 다가왔다. 처음엔 호기롭게 '휴가 컨펌 안 해주면 퇴사하지 뭐'였지만 일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말하면 진정 잘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간이 콩알만 한 직장인이라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대신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레고랜드가 인근에 있는 싱가포르로 여정을 바꿨다.


2019년은 참 빨리도 왔다. 갓난아기를 안고 7살 되면 디즈니랜드에 가자라고 약속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디즈니랜드를 가야 할 시기가 오고 있었다. 그런데 디즈니랜드만 가기엔 아까웠다. 이왕 가는 거 포틀랜드까지 다녀올까? 생각하며 나의 밥벌이 계획을 다시 꺼내보았다. 원래 아이가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직장을 다니는 게 목표였다. 뭐 계획은 수정하라고 있는 거니까. 그 목표는 좀 더 앞당겨졌을 뿐이다.


#라라랜드_먼저 #포틀랜드_다음

아쉽게도 인천에서 포틀랜드로 가는 직항 편이 없다. 나는 포틀랜드를 가기 위해 LA를 경유하는 노선으로 준비했다. 신랑은 LA와 디즈니랜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지낸 뒤 먼저 귀국하고, 나와 딸은 포틀랜드로 이동하는 여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포틀랜드에 아이와 둘이 있고 싶어 라라랜드엔 셋이 간 셈이다.


이상하게도 내 경험 상 애아빠가 있으면 여행이 되고, 애아빠가 없으면 일상이 되더라... 이를테면, 엄마(이자 아내)에게 '오늘 뭐해?' '어디가?' '뭐 먹어?'라고 물어보면 여행이 되는 거고, '오늘 뭐할까?' '어디 가볼까?' '뭐 먹을까?'라고 물어보면 일상인 느낌이다.


캘리포니아는 교민같이, 오레곤은 포틀랜디언처럼 살아볼까?


신랑과 아이랑 함께하는 동안은 늘 해왔던 여행 스타일대로 아이의 취향에 어른의 취향을 믹스했다. 가장 메인 코스는 디즈니랜드이므로, 애피타이저는 LA 다운타운, 디저트는 샌클레멘테로 밸런스를 맞췄다. 백만 가지 테마의 여행이 나올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는 쇼핑, 디즈니랜드, 수영(누군가엔 서핑, 누군가엔 모래놀이) 이 3 가지에 집중했다.


나와 아이만 지내는 시간은 그냥 포틀랜드 에어비앤비 집 한 곳만 정해놓고 모든 걸 케바케로 미뤘다. 여행이 아닌 일상이 주는 매력은 이 무계획 인지도 모른다. 뭘 먹을지, 어딜 갈지, 뭐하고 놀지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현지에 도착해서 물 흐르듯 알아보고 추천받고 계획을 짜는 재미와 변수를 기대했다. 제주에서처럼 그 추운 겨울에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나와 아이가 어떤 재미에 꽂혀 무한 반복할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7세아이랑_ 미국을가는이유

7살 딸과 미국에 한 달간 간다고 하니 여러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부럽다했으며, 일부는 (영어도 못하고, 연고도 없고, 아빠도 없이) 무섭지 않냐고 했으며, 다른 이들은 애 영어 시키러 가냐고 물었다. 아이와 미국을 가는 이유는 1) 연고가 있거나 2) 아빠가 함께 가거나 3) 영어를 시켜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아빠가 절반 함께하긴 하지만... 세 가지 모두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냥 놀 거였으니까.

하지만 7세라는 변수를 전혀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앞니가 아직 빠지지 않은 아이는 계속 이가 흔들거리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서 혹시 앞니가 빠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치과 정기 검진일에 엑스레이도 다시 찍고, 언제쯤 영구치가 올라올지 미리 확인을 했다. 그리고 PB&J 샌드위치가 일상인 미국에서 땅콩, 아몬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알레르기 정밀검사도 다시 했다. 휴...


마지막으로 아이폰 분실을 대비해 데이터 백업도 하고, 은행 공인인증서도 챙기고, 공과금 및 카드값 결제일에 빠져나갈 돈도 통장에 남겨두었다. 어린이집도 퇴소하고, 우유도 학습지도 한 달 뒤로 미룬 다음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9월 4일 출발했는데 9월 4일 도착했다며 신기해 했던 첫날


9월 4일 수요일 오후 LA에 도착했다. 그날은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 선발 경기였다. 예정대로 그가 등판했다. Let’s go dodgers!!! 라라랜드 첫 노을이 지는 저녁 우린 직관 중이었다.

Top deck에서 바라본 LA 다저스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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