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5 2020년 8월 3일
#코로나가끌어주고 #장마가밀어주고
코로나19 속에 시작된 1학기는 10회 등교로 마무리되었다. 아쉽기만 한 등교 수업을 뒤로하고 3주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 코로나에 장마까지 더해져 맹숭맹숭하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진 탓이니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설렘을 아이가 알까. 탐구생활과 그림일기, 엄청난 과제들을 받고도 집으로 오는 그 가벼운 발걸음... 방학중 일과표를 그렸지만 실컷 늦잠을 잘 수 있고, 놀 수 있는 그 행복한 방학을 아이는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개학 일주일 남겨놓고서야 허겁지겁 몰아치기로 과제를 하던 그 시절에 비하면 꽁이 학교에서 내준 탐구과제와 방학숙제는 너무 간단하다. 역시 여름방학 계획은 엄마의 머릿속에 먼저 그려진다. 3주, 그래도 방학인데... 연일 비가 오고 재난문자가 온다.
#홈스쿨링효과 #책읽기
우리, 세 엄마들은 7월부터 등교하지 않는 날엔 세 아이들을 모아 온라인 수업과 학습 꾸러미를 지도해왔다. 세 엄마와 아이의 학습 스타일이 다르고, 각자만의 효과적인 방법도 다양하니 이 참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수업을 열었다. 아이 셋은 서로 더 많이 안다고, 더 빨리 푼다고 자랑하며 교과서와 학습 꾸러미 풀기 속도내기에 열을 올렸다. 정작 TV 속 선생님은 혼자 강의하고 있고, 아이들은 레이싱 하듯 푼 뒤엔 정답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잡담과 장난을 반복했다. 그저 엄마 선생님이 틀린 문제를 표시하고 정답을 고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지금의 방법은 세 아이를 위한 홈스쿨링에 맞지 않아 보였다.
'친구(남) 보다 빨리 푸는 것'은 과연 좋은 학습법인가? 아이들의 '빨리' 속에 '정학하게'라는 뜻은 결여되어 있다. '틀려도, 실수해도 쟤보다 빨리 풀었으니 나는 잘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을 어떻게 올바르게 지도해야 하는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꽁이 역시 빨리 하기 위해 실수가 잦아졌다. ㅇ과 ㅁ, ㅁ과 ㅂ 자음을 비슷하게 쓰면서 나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틀린 글자는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지 않고 덧대어 쓰다 보니 교과서와 활동지는 지저분해졌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지 않으니 잘못 쓴 글자로 억울하게 틀리는 경우를 겪지 않고, 공책의 글씨가 지저분하다고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니 엄마의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글씨를 왜 정확하게, 깨끗하게 써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다. 1학년 1학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수없이 겪을 눈물겨운 상황이 그려진다.
한 달간 지켜보니 EBS를 보며 국어, 수학을 함께 공부하는 건 홈스쿨링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엄마들은 여름방학을 계기로 독서모임을 진행해볼까 논의 중이다. 나는 성급한 행동형 기질을 지닌 꽁이에게 규범형 기질을 더해주기 위한 독서법을 고민해보았다.
여름방학 첫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왔다. 요즘 자주 읽던 요시타케 신스케의 여러 책 외에도 표지와 내용을 훑어보더니 집에 가서 더 읽고 싶은 책들이라며 가져왔다. 키오스크에서 회원증 바코드를 스캔한 뒤 책을 빌리는 과정을 지켜보더니 재미있다며, 엄마 책도 빌리러 가잔다. 직접 경험을 좋아하는 꽁이 기질을 고려해 가까운 도서관, 어린이 북까페, 파주 출판도시 등을 가볼 계획이다. 마침 스틸로가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오픈했고, 지혜의 숲에 어린이 활판인쇄 체험도 다양하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책을 고르고, 읽는 재미 외에 직접 10칸 공책에 필사해 방학 탐구과제로 제출하기로 했다. 계획은 일주일에 그림책 1~2권 정도인데 첫 번째 그림책으로 '펭귄 365' 책을 꺼내와 해 보겠단다. 5페이지 정도 읽고 공책에 따라 쓰며 단어 간 띄어쓰기, 다양한 문장부호 등을 익히는 것. 마무리로 받아쓰기까지 해봤다. 학교를 안 가니 집에서 뒹굴고 있는 공책들을 이렇게 활용하니 뿌듯하다.
한 권의 필사가 끝나면 책에 대한 생각이나 느낀 점을 쓰고, 어떤 친구에게 추천하면 좋을지 얘기하는 놀이도 해볼까 한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늘 그림책만 읽고 열린 서재 활동을 해보지 못했는데 이 참에 연계해서 진행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여름방학
최우식과 정유미만 여름방학을 보내는 건 아니니까, 우리도 이 여름의 하루하루를 방학처럼 보내기 위해 건강하게 노력하고 있다. 비교해 보니 봄에 비해 엄마표 집콕 놀이는 많이 줄었다.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 등 새로운 도전을 손 놓은 대신 자연 속에서 노는 경험을 늘렸다. 휴양림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부지런히 다니며 이 여름 안에서의 기억을 더해주고 싶다. 그 외에도 미래의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돕는 것도 여름방학 동안 할 일이다.
글자 쓰기, 연산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엄마에게 혼난 아이의 자존감과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올리기 위해 도움되는 체험들을 찾아 해 보았다. 특히 용인자연휴양림 내 어린이 짚라인 체험코스를 통해 모험심을 키울 수 있었다. 어렵고, 무서워하는 친구에게 '파이팅' 외쳐주고, 속도가 늦는 친구를 위해 기다려주고, 높은 곳에서 줄 하나에 몸을 매달아 신나게 내려오는 코스를 체험하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쌓았다.
어려서 자동차를 좋아한 꽁이를 위해 bmw 드라이빙센터의 주니어 캠퍼스 수업을 신청했다. 긴 시간 동안 미래 에너지로 탄생할 자동차에 대해 배우고, 꽁이의 드림카가 완성되었다.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오프로드 카! 꼭 실현되길 원한다. 그리고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건축'에 관한 전시들도 새로운 꿈인 건축가가 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기 펙처럼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꿈이 있다는 게 행복이니까.
7월에 서해바다의 갯벌에서 엄청난 생명체들을 구경하고 왔다.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 책에서처럼 영광, 고창, 무의도 갯벌에서 사는 다양한 조개들과 게, 물고기들과 그들의 습성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먹어보는 살아있는 경험들...
자, 여름방학이다! 우리는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