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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otion Dec 16. 2024

위스키 (2) : 스코틀랜드

위스키 생산지 그 첫 이야기는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생명의 물’(aqua vitae)이라는 라틴어 유래처럼,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자연, 사람, 전통을 압축한 산물입니다. 18세기 이후 스코틀랜드는 위스키를 통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2019년 자료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영국 전체에서 수출되는 식음료의 20%를 차지하며, 위스키 산업은 스코틀랜드 전체에서 1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 중 7000명 이상이 농촌에서 근무하고 있어 지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 전체로는 42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하고 있습니다.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인에게 역사와 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글렌(Glen, ~의 계곡이라는 뜻)으로 대표되는 게일어(스코틀랜드 지역의 켈트인들이 사용하던 언어) 이름으로 이를 쉽게 엿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생산 방식을 유지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자부심을 보여줍니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강화와 국가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움직임과도 연결됩니다.




스카치 위스키는 영국법에 의해 엄격하게 정의되고 보호됩니다. 2009년 개정된 스카치 위스키 규정에 따르면, 스카치 위스키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몰팅(보리를 맥아로 만드는 작업)부터 숙성까지 모든 과정이 스코틀랜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밑술은 보리 혹은 기타 곡물과 물, 효모만 사용해야 합니다.

700리터 이하의 나무 용기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합니다.

증류원액의 도수는 94.8% 이하여야 하며, 원재료의 향과 풍미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물과 캐러멜 색소(E150a) 외에 다른 첨가물은 금지됩니다. 이 때 캐러멜 색소가 맛과 향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병입 시 도수는 40%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스카치 위스키는 5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각 분류는 제조 방식과 재료에 따라 구분됩니다.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 한 증류소에서 100% 보리만을 사용해 단식 증류기로 만든 위스키입니다. 증류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최근 십 수년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진 맥캘란, 보모어 등의 위스키는 모두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싱글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 : 한 증류소에서 보리 외의 곡물을 사용해 만든 위스키입니다. 연속 증류기를 사용해 만듭니다. 산업혁명 당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의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등장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렌디드 몰트 스카치 위스키 : 여러 증류소에서 생산된 싱글 몰트를 혼합한 위스키로, 복잡하고 균형 잡힌 맛이 특징입니다.

블렌디드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 : 여러 증류소의 싱글 그레인을 혼합한 위스키입니다. 오늘날에는 정규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 싱글 몰트와 싱글 그레인을 혼합한 위스키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유형입니다. 그 유명한 조니 워커 시리즈(그린 제외)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여전히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가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주류 시장에서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명성을 얻으며 각광받고 있죠. 이에 따라 블렌딩용으로 원액을 공급하던 증류소들도 조금씩 자체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예로 쿨일라(Caol Ila) 증류소는 오랫동안 조니워커에 블렌딩 원액을 납품했지만, 근래 자체적인 싱글 몰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는 오랜 세월 부족(Clan) 단위 생활을 하여 지역색이 굉장히 강한 축에 들어갑니다.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지역 명칭이 사용되는 추세이며, 이 전통은 위스키 생산 지역의 명칭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각 지역의 땅과 물의 성분이 위스키에 맛에 기여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연구가 부족하여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주제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생산지역은 다섯으로 나누어집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생산지역 구분 (출처 : 참고자료)

스페이사이드(Speyside) : 비옥한 토양과 스페이 강에 흐르는 맑은 물 덕분에 ‘위스키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달콤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맥캘란, 발베니, 글렌피딕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하이랜드(Highlands) : 화강암이 풍부한 Monadhliath 산맥이 자리 잡고 있는 고지대입니다. 스페이 강의 본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부드럽고 청량한 맛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하이랜드 파크가 있습니다.

로우랜드(Lowlands) : 석회암 기반의 저지대 지역입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맛의 위스키가 생산됩니다. 그러나 글래스고 등 대도시가 위치해 증류소를 세우기 적합한 땅이 적어 제품을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오켄토션(Auchentoshan)이 있습니다.

아일라 섬(Islay) : 스코틀랜드 서북부의 큰 섬입니다. 대규모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질 좋은 이탄(peat) 채취에 유리합니다. 이탄을 태운 강한 스모키 향과 바닷바람의 풍미를 지닌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한 증류소가 많으며, 보모어와 라가불린이 유명합니다.

캠벨타운(Campbeltown) : 사암과 석회암이 풍부한 지질을 갖고 있습니다. 석회암의 영향으로 물의 경도가 높지만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묵직하고 복잡한 풍미와 짭짤한 바다내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는 ‘위스키의 수도’로 불렸으나, 오래전 쇠락해 현재는 스프링뱅크 등 소수의 증류소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목축업 중심의 경제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고지대(Highlands)에서는 농업 환경이 척박해 농산물보다 가축 사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남는 보리로 위스키를 증류하기 시작하면서, 스코틀랜드 농민들은 위스키를 중요한 부가 수입원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고지대의 농민들은 목축업과 함께 위스키를 생산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이는 스코틀랜드의 산업적, 사회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위스키 생산은 보리를 저장 가능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전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따라서 위스키는 목축업 경제에 기반한 스코틀랜드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는 단순한 술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사람들은 축제와 기념일에 위스키로 건배하며, 이는 단순한 음주 행위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전통적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갖가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한 잔의 이야기에 여러분도 한 번 초대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자료 : 

Charles MacLean. Whiskypedia: A Gazetteer of Scotch Whisky. Birlinn Ltd, 2016.

Devine, T. M. The Scottish Nation: 1700–2000. Penguin Books, 2001.

Harper, Douglas. “The Origins of Scotch Whisky.” Scottish History Review, vol. 34, no. 2, 2021, pp. 123–135.

MacKenzie, William F., et al. The Role of Water Composition on Malt Spirit Quality. Scottish Whisky Research Institute, 2019.

“Scotch Whisky Market.” Fortune Business Insight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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