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입니다. 증류주를 소개하는 첫 순서로 보드카를 내놓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드카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남습니다. 이 단순한 술을 왜 마셔야 할까요?
보드카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받는 질문이 늘 정해져 있습니다.
보드카는 무슨 맛으로 마셔요?
이 질문은 언제나 난감합니다. 보드카는 기본적으로 무색, 무미, 무취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보드카는 미식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물 탄 알코올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보드카 팬의 입장에서 이 술이 가진 매력을 탐구해보려 합니다.
보드카는 타 증류주에 비해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성분이 극히 적습니다. 재료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고 전자 혀와 같은 장비를 사용해야만 감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보드카가 단순한 알코올 수용액이라는 오해는 부적절합니다. 보드카는 브랜드마다 선호도가 다르고, 이는 각 브랜드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보드카의 개성은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The Analysis of Vodka라는 연구에 따르면, 보드카는 브랜드마다 서로 다른 전도도를 보입니다. 이는 사용된 재료와 생산 공정의 차이로 인해 보드카 내부의 미세한 불순물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 브랜드 간 전도도의 차이는 명확하며, 이를 통해 각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도도는 분명 보드카의 개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이를 직접 감지할 수 없습니다. 설비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에, 우리의 감각으로는 이를 즐길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Structurability 논문은 인간이 보드카의 물리적 차이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 분자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여러 개가 결합해 클러스터(Cluster)라는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에탄올은 극성을 띠어 물 분자와 결합하고,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가 에탄올을 감싸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드카 브랜드마다 이러한 클러스터의 형태와 무게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별로 클러스터의 구조적 차이가 명확히 나타나며, 이는 혀 위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보드카의 개성을 느끼는 데 있어 이 클러스터의 역할이 중요한 셈입니다.
우리는 보드카가 실제로 ‘맛이 없는’ 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맛도 향도 없는 이 술을 우리는 오직 질감이라는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즐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질감은 다른 증류주에도 있는 요소입니다. 왜 보드카를 마셔야 하나요?
나는 역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보드카는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기본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요. 잘 지어진 밥 한 그릇이 때로는 어떤 반찬보다도 훌륭하듯, 잘 만든 보드카는 그 자체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단순함 속에서 숙련된 장인의 기술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드카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나는 여전히 보드카를 즐깁니다. 맛도 향도 없고, 질감은 느끼기조차 어렵지만, 그 안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화려함을 좇아 가향 보드카나 과일 보드카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여전히 기본을 지키며 조용히 빛나는 보드카가 있습니다.
그 보드카를 통해 나는 오늘도 절제의 미를 배웁니다. 언젠가 여러분도 좋은 보드카 한 잔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
Hu, Naiping, et al. “Structurability: A Collective Measure of the Structural Differences in Vodka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vol. 58, no. 12, 2010, pp. 7394–7401. DOI: 10.1021/jf100609c.
Wiśniewska, Paulina, et al. “The Analysis of Vodka: A Review Paper.” Food Analytical Methods, vol. 8, no. 9, 2015, pp. 2141–2162. Springer, https://doi.org/10.1007/s12161-015-0089-7. Accessed 4 Dec.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