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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쌤의 방구석토크 Mar 09. 2023

설득의 비밀, 한비자에게 물어라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철학자로 서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한비자가 있습니다. 「사기」와 한비자 책을 통해 설득의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유세가들이 군주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군주를 설득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출세했습니다. 출세를 위해 세 치 혀를 무기로 적국에 뛰어드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그 당시는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많은 유세가 중 <노자·한비 열전>에 등장하는 ‘한비자’의 이야기를 통해 설득의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한비자’는 설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무릇 설득의 어려움이란 내가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지내 말재주가 뛰어난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또 내가 자유자재로 그 이치를 다 풀어낼 수 있느냐 하는 어려움도 아니다무릇 설득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상대방이 높은 명예를 얻고자 하는데 금전적인 이익을 앞세워 설득한다면 속물이라고 여겨 천시하고 멀리 버림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상대방이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는데 높은 명예를 앞세워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물정과는 동떨어져있다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다만약 상대방이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면서도 높은 명예를 내세우는데 높은 명예만 앞세워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며 실제로는 멀리할 것이다또 금전적인 이익으로 유세한다면 속으로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만 겉으로는 내칠 것이다자신이 애써 숨긴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점을 몰라서는 안 된다.

-노자·한비 열전-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비자’는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상대방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모두 파악해서 마음에 들어맞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은근히 칭찬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은 덮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비밀로 감추고 싶은 일을 알아차리고 말한다면 설득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득하는 자신도 의심받거나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송나라에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와서 담장이 무너졌다그 아들이 당장 담장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듭니다라고 말했다이웃집 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날이 저물었고아니나 다를까 재물을 많이 잃었다그 집에서는 아들은 똑똑하다고 하면서도 이웃집 사람은 도둑으로 의심했다

  예전에 정나라 무공이 호나라를 정벌하려고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냈다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내가 군대를 동원하려는데 어느 나라를 정벌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관기사가 호나라라면 충분히 토벌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바로 관기사를 죽이면서 호나라는 형제의 나라다네가 어찌 형제를 토벌하자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호나라의 군주가 이를 듣고는 정나라가 자신과 친하다고 생각하여 정나라의 공격에 대해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았다이때 정나라가 호나라를 습격하여 점령했다.

-노자·한비 열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관기사가 왜 죽었을까요? 그는 무공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한비자’는 상대방을 설득할 때 상대방의 속마음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아도 이를 매우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비자’는 두 이야기를 마친 후 이렇게 말합니다.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은 말이었다그러나 심하게는 목숨을 잃고 가볍게는 의심을 받았다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어려운 것이다.

-노자·한비 열전-     




  그렇다면 ‘한비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설득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설득을 하려면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속마음이 일치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속마음과 겉모습이 일치한다면 쉽게 설득할 수 있겠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노련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감추고 싶은 일은 덮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은근하게 칭찬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은 숨길 수 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은 완벽하게 감추기 어렵습니다. 만약 업무나 회의를 진행하는데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우선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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