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夏‧상商‧주周나라 시대
사마천「사기」에 등장하는 역사 배경 지식
하나라는 아직 확실한 유적이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하나라 우禹 임금은 황하의 치수사업에 성공한 업적을 바탕으로 순 임금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나라는 BC 21세기부터 BC 17세기까지 이어집니다. 하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왕桀王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폭군 중 한명입니다. 그는 말희妺喜라는 미녀와 함께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향락에 빠지고 백성들을 억압했습니다. 주지육림은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만든다는 뜻으로 현재까지 사치스러움의 대명사로 일컫고 있습니다. 결국, 하 왕조는 걸왕을 끝으로 멸망하고 탕湯 임금이 새로운 나라를 세웁니다. 이를 상나라라고 부르며, 은허 지역에서 상나라의 유적이 발견되어 은나라라고도 부릅니다.
상나라는 탕 임금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임금인 주紂왕까지 다스립니다. 하나라의 걸왕처럼 주왕에게도 달기妲己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주왕과 달기는 주지육림의 향락과 포락지형炮烙之形이라는 잔인한 형벌을 통해 나라를 멸망으로 이끕니다. 포락지형은 구리 기둥을 불로 달군 후 맨발로 그 위를 걷게 하는 형벌로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죽였습니다. 하나라의 걸왕, 상나라의 주왕의 이름을 합쳐 걸주桀紂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폭군과 학정의 대명사입니다. 태평성대의 뜻으로 사용한 요순과는 반대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강태공과 문왕상나라 주왕이 폭정을 일삼는 동안 상나라의 신하 서백(훗날 문왕)은 자신의 지역을 훌륭하게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서백西伯은 주왕의 폭정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땅에서 힘을 키웁니다. 덕이 있는 통치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강태공姜太公과 같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합니다. 서백은 병을 얻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지만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목야 전투에서 상나라 주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상나라를 멸망시킵니다. 이때 무왕의 동생 주공 단周公 旦과 소공 석召公 奭 그리고 재상 강태공은 무왕을 도와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주 왕조(B.C.1046년 ∼ B.C.770년)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주나라의 지배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왕은 은나라를 멸망시킨 후 6년 만에 죽게 됩니다. 그리고 무왕의 어린 아들 성왕成王이 왕위에 오르는데 무왕의 동생이자 성왕의 숙부인 주공 단은 성왕이 장성할 때까지 섭정을 하여 주나라를 안정시킵니다. 당시 어린 성왕에게는 친삼촌이 8명이나 있어 왕권이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그들 중 몇 명은 반란까지 일으킵니다. 하지만 주공은 반란을 신속하게 진압하고 섭정 기간 동안 봉건제 등을 실시하여 주나라의 정치‧사회‧행정 제도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주나라는 하나라, 상나라에 비해 영토가 크게 넓어집니다. 영토가 넓어지자 주나라는 중앙의 권력으로 전체 지역을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왕실 사람들과 공신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그 지역을 다스릴 수 있는 지배권을 주었는데 이를 봉건제라고 부릅니다. 영토를 받은 제후들은 주나라 왕실을 보호하고 군대와 세금을 내는 의무를 갖습니다.
주나라는 서주 시대와 동주 시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 왕조를 건국한 1대 무왕에서 시작하여 견융족의 침입으로 살해당한 12대 유왕幽王까지를 서주 시대라고 하며, 이후 13대 평왕平王에서 시작하여 37대 난왕赧王까지를 동주 시대라고 부릅니다. 서주 시대의 주나라 수도는 호경이었으나 견융족의 침입으로 수도가 함락되고, 동주 시대에는 수도를 동쪽의 낙읍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서주 시대는 주나라의 힘이 강력해서 각 지역의 제후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동주 시대에는 주나라의 권위가 극도로 미약해져 제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동주 시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릅니다.
주나라는 초대 무왕부터 6대 공왕共王까지 계속 발전했습니다. 이들은 주나라의 통치 질서를 만들고 어진 정치를 펼쳤으며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10대 여왕厲王에 이르러 주나라는 크게 쇠퇴합니다. 여왕은 간신들과 함께 세금을 올리고 폭압적인 정치로 백성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결국, 중국 최초의 민중 폭동인 국인 폭동이 발생하고 여왕은 수도 호경을 탈출해 멀리 피신하게 됩니다. 이후 주나라는 신하 들이 대신 국정을 운영하는 공화제가 시행됩니다. 왕 없이 신하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공화제는 기원전 841년에 시작하여 여왕의 아들인 선왕宣王이 즉위하는 기원전 828까지 14년간 지속됩니다.
국인 폭동 이후 주나라 왕실의 권위는 크게 약해지며 국력도 쇠퇴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주 시대의 마지막 왕인 12대 유왕은 애첩 포사褒姒에게 미혹되어 국정을 소홀히 하고 제후들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유왕의 애첩인 포사는 웃음이 없는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유왕은 포사를 웃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매번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라의 위급을 알리는 봉수가 실수로 울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각 지역의 제후들이 허겁지겁 군사를 모아 달려왔는데 그 모습을 본 포사는 웃음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후 유왕은 포사를 웃게 하려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제후들은 더 이상 유왕을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서쪽 지역의 견융족이 침입했을 때 제후들은 주나라를 돕기 위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견융족의 침입으로 수도 호경은 함락되고 유왕이 살해되면서 주나라의 서주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겨우 살아남은 주 왕실의 사람들은 동쪽 낙읍으로 피신하면서 동주 시대(B.C. 770년 ∼ B.C. 256) 즉,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됩니다.
전국책 필사본동주 시대에 이르러 주 왕실은 제후국들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많은 국가들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를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릅니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쓴 역사책인 「춘추」에서 나온 말이며 전국戰國은 전한의 학자 유항이 쓴 역사책인 「전국」에서 따온 말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다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나누는 기준은 춘추시대의 강력한 제후국인 진晉나라가 한韓, 위魏, 조趙 세 나라로 분열되는 BC453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춘추시대에는 명목상으로 주 왕실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전국시대에 들어서면 주 왕실을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춘추시대의 많은 제후국들은 왕이라는 호칭 대신 공公, 후候 등을 사용했는데 전국시대에는 대부분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주나라는 전국시대에 명맥만 유지하다 BC250년 진秦나라의 진시황에 의해 멸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