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의 '담론'을 읽고서
7월부터 양평으로 출근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직원들과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내 성격상 새로운 것을 마주할 때 겉으로는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안절부절못한다. 다만 겉으로 표현되지 않을 뿐..
나는 3교대 근무에 현장으로 출동하는 부서에 배치되었다. 팀원은 총 9명이었고, 나의 서열은 팀장을 포함하여 4번째였다. 후배들은 5명이다. 바로 밑 후배는 나와 13살 차이가 났다. 이제 갓 임용된 지 6개월 정도 된 신규 직원은 서른 살로 거의 90년생들이다.
양평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나는 거의 혼자 근무하던지 팀원들이 적은 곳에서 일했다. 혼자 일 하는 게 익숙하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스스로 하는 게 편하고 좋았다. 이제는 팀의 중간이 되었다. 위로는 10년 이상 차이는 선배들과 아래로는 10년 이상 차이는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몇 달 정도 근무한 나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이렇게 하면 후배들이 신경이 쓰이고, 저렇게 하면 선배들이 신경이 쓰였다.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함이 느껴졌다.
선배들의 오래된 관습에서 오는 모습들이 싫었고, 후배들의 빠릿빠릿하지 않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이 없었다. 최소한 내 기준에서 말이다. (딱히 나도 잘하지도 못 하면서) 며칠 전 신영복 교수의 ‘담론’을 읽다가 내게 말하는 듯한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쓰는 붓글씨 중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봄바람과 가을 서리라는 뜻 입니다만 방서에 원문을 부기합니다.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입니다.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하고, 반면에 자기를 갖기는 추상같이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반대로 합니다. 자기한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까다로운 잣대로 평가합니다.”-담론 324쪽-
내 기준에서는 모두가 마음에 안 든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도 내 행동이 마음에 않들겠지. 어렵다. 조금 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 신영복 교수의 글처럼 ‘내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말이다. 내 중심이 아닌 타아 중심의 삶. 제일 좋은 삶은 나와 타인을 환경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잣대일 듯. 이제는 깨달았으니 삶 속에서 ‘가장 먼 여행’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어야겠다.
가장 먼 여행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