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남매맘 딤섬 Nov 18. 2021

단풍이 물들다

그냥 나의 이야기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계절은 무심하게도 지나가 버린다


처음

창밖으로 본 세상은 하얀 세상이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외투를 입고 장갑을 끼고 나갔는데도 무척이나 추웠다.

그 차가운 공기를 잊을 수가 없다


언제 봄이 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 힘든 봄을 보냈다

벚꽃이 흐트러진 길을 걷고 싶었지만 벚꽃 나무 한그루 조차 보기가 힘들었다

창밖 사람들은 다들 어디론가 가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씩 더워지더니 여름이 되었다

긴 장마로 여름은 비만 기억이 난다. 억수 같은 비를 뚫고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데 걷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은 비에 빨래는 쌓여갔다.

여름의 푸른 나무와 파란 바다가 나는 보고 싶었다.



우리 동네는 단풍나무가 참 많은 것 같다

다른 계절은 잘 모르고 지나갔는데..

그 풍경을 그리워했는데..


나무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을이구나"



바깥 풍경은 물감을 흐트러 놓은 듯이 변해 있다.

아이가 스케치북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준다

가을의 그림은 화사하다



비바람이 불어서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다음 날의 단풍도 참 아름다웠다


널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단풍은 더 붉게 물들었다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 다양한 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졌다

가을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언제쯤 나는 가을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작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덮어버린 단풍을 바라본다

붉은 단풍잎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금방 겨울이 올 듯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겨울이 오고 나의 창밖은 또 하얀색이 될 것이다


붉게 물든 창밖은 다시 색을 입히려는 듯 하얀색으로 변하고

다시 계절이 반복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잠이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