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by 김나현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먼저 나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함부로 다루면서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마음속의 작은 모멸, 과거에 받은 상처, 스스로를 책망하는 습관들이 말투에 스며들고, 표정 속에, 행동 속에 묻어나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것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상처로 스며든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지만, 당신의 마음속 흔적은 이미 그 곁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은 먼저 자기 마음을 살핀다. 감정이 흔들릴 때 잠시 멈추어 숨을 돌리고,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다. 고요한 사람은 참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무너지지 않게 지켜내는 사람이다. 가끔 나는 혼자 걷거나, 커피를 홀짝이며 지난날의 선택들을 떠올린다. 내가 지나온 말 한마디, 내 마음을 잃어버린 순간들, 그리고 그때 겪었던 피로와 허탈감까지. 그 모든 경험이 말해준다.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남을 돌보려 한 일은 결국 실패로 끝나거나, 피로로 남는다는 것을.


착한 사람과 무해한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전혀 다르다. 착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맞추느라 지치고, 자신의 마음을 잠시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반대로 무해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며, 그 존중을 타인에게도 은근히 흘려보낸다. 말없이 웃는 얼굴 너머에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웃음 속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 차이는 아주 사소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 한숨을 쉬는 타이밍, 손을 내밀거나 멈추는 선택 같은 것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소함에서 서로를 읽는다.


진짜 무해함은 참는 것이 아니다. 참는 건 때로 자기 마음을 소모하는 일일 뿐이다. 진짜 무해함은 돌보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고, 마음을 지켜내며, 그 온기를 주변에 흘려보내는 일. 타인을 다정하게 대하고 싶다면, 먼저 내 마음을 거칠게 다루지 않아야 한다. 내 마음을 함부로 내버려두면, 결국 다른 이에게도 거칠게 흘러간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무해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라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조용하고 부드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무해함은 특별한 영웅적 덕목이 아니라, 하루하루 사소한 선택 속에서 잘 살아남는 태도다.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 남에게 부드럽게 남는 것. 그게 무해함이자, 가장 오래 지속되는 다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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