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말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과연 열심히 살았다고 한만큼 촘촘한 시간을 살아왔었나. 무지했던 시간들이 허망하고 가볍게 지나간 듯하여 책망스럽다. 정말 열심히 산 게 맞나 싶다가도, 어쨌든 이렇게라도 버텨온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 온 지금도 원하던 내 모습은 자꾸만 멀리 있고 닿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어김없이 빈털터리로 돌아오곤 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가도 막상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나는 여전히 그 끈을 놓지 못한 채 낭떠러지 끝에 기대고 서 있다. 사소한 일에도 무겁게 흔들리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마음이 오래 망가지는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세상과 나 사이의 균형을 잘 못 잡고 있나 보다.
못난 내가 괴로워서 속상했던 시절 중 가끔은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나여서 나를 가장 못되게 구는 사람조차 나여서 한없이 더 마음이 미어지던 시간들. 너무 흔들린 나를 보며 고작 이 정도로 엄살 부리지 말라고 내가 나를 책망할 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마음이 든다.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죄책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 도달하지 못한 곳에서 오는 자책.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땐 그간 날 버티게 해 주던 것들마저 모래성처럼 부스스 무너져, 아슬아슬 잡고 있던 나 자신마저 가볍게 놓아버리고 싶어진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놓지 못하는 건 내가 아직 나를 온전히 가져보지 못해서일 것이다.
체력이 바닥나면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머리가 지우지 못한 감정은 몸에 그대로 남아 돌아온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는 걸 실천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살다 보면 살아진다. 지금은 겨우 버티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이 시간을 지나 사뿐히 걸을 해뜰 날이 올 거다. 아니, 지금도 그 길 위에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제 조금은 실감이 난다. 하다 보면 하게 되고, 버티다 보면 또 걸을 수 있게 되더라. 조금 늦어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 지금 이 길의 속도가 나에겐 맞는 거라면 그것만이 정답이니까.
남의 삶을 덧입고 살다 보면 어느새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어진다. 닮고 싶던 누군가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보니 나는 자꾸 길을 잃었고, 내가 나였던 시간은 점점 흐릿해졌다. 그러기에 이제는, 반듯하진 않아도 나에게 맞는 길, 크지 않더라도 내가 온몸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가고,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세상이 보기엔 모자라 보여도 나에겐 그것이 아주 묵직한 애씀이고, 단단한 애정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