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록

by 김나현

나는 이방인이다. 익숙해진 듯 낯선 이 도시. 이 안에, 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내가 사는 이곳의 낯섦이,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온라인 속 세상과도 닮아 있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SNS를 들여다보는 일과, 책을 읽는 일이다. 간혹 피드 속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의욕이 넘치다가도 어김없이 위축되고, 불안하고, 허무해진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들이 답답한데, 마냥 즐거운 그들의 하루를 보다 보면 문득, 더 깊게 숨고 싶어진다.


사실, 잘 알고 있다. 그게 그 사람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누구나 보여주고 싶은 순간만을 남기고, 말하지 않은 고단함은 화면 밖 어딘가에 숨겨둔다는 걸. 나 역시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미 머리에 박힌 그들의 일상은 오로지 화려한 장면들만 머릿속에 맴돈다. 조금씩 의기소침해지고 , 지금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애써 손을 멈추면서도, 다시 스크롤을 넘긴다. 그러는 사이, 내가 가진 것들은 하찮아지고, 내 삶은 점점 부족해진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나는 스스로 가장 혹독한 심판자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남과 나를 쉽게 비교했고, 그 비교는 단순히 성적이나 외모를 넘어 사람 관계까지 스며들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고,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늘 마음 한구석에서 의심했다. 누군가 다가오면 한편으로는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처부터 받을 생각에 불안했다. 그리고 불안조차 미리 예상하며 충격을 완화하는 일,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옥죄었더니 가장 잡히지 않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이었다.


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사랑도, 관계도, 내 모습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나를 점점 잃어간 시간들. 나를 잃는다는 건, 내가 뭘 좋아했는지, 뭘 두려워했는지, 뭘 꿈꿨는지도 흐릿해지는 순간이었다. 남들이 괜찮다 하면 나도 괜찮은 줄 알고, 남들이 별거 아니라 하면 내 마음도 별게 아닌 줄 아는, 그렇게 조금씩 내 감정과 마음이 남의 기준에 깎여나가는 순간,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이미 내가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그렇게 잃어버린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조차 않았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멈추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게 결국 나를 다시 찾아가는 시작임을 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추기로 한다. 남의 인생을 구경하는 대신, 조용히 내 하루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한다. 비교는 마음을 흐리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만이 조금씩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듦을 기억한다.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건 현실직시, 솔직하게 마주 하자였다. 솔직함은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작은 시작이라 판단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서사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눈앞이 선명해지고 허무함이 덜어진다.


SNS 비교 증후군. 다른 사람의 '편집된 인생'을 자기 삶의 기준으로 착각하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불안이 자라는 현상. 사실, 나도 그 한가운데에 있다. 사람들은 나를 알지 못하지만 온라인 속 나의 자취들로 잘 다듬어 주었다.


만약 조금 더 깊숙이, 내 이름을 알고, 내 나이와 하는 일을 알고, 내가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까지 안다면 여전히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걸로도 나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말하지 못한 서사가 아직 더 많이 남아 있으니까.


사람마다 말하지 못한 시간이 있고, 드러내지 않은 마음이 있다. 이젠 조금 더 선명하고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해 매일 연습한다. 내 서사를, 내 마음을 조금은 솔직하게 꺼내는 연습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도 있지만, 가끔은 말해야 지켜지는 마음도 있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다. 사람을 쉽게 단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너무 꽁꽁 숨기지 않는 것. 그게 우리가 자신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잃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서사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연습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 적어도, 남의 기준에 휘둘리며 나를 잃어가는 삶만은 멈춰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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