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게, 스스로를 부려먹는 일이라는 걸.
아침에 일어나고, 하루를 견디고, 저녁이면 또 내일을 준비하는 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더는 도망칠 곳이 없어 나를 밀어붙이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정말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이 되는 게 제일 싫어졌다. 이토록 버겁고 고단한 줄 어릴 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미리 알았다고 해서 피할 수 있었을 리 없지만 ... 그저 좀 더 열심히,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 되려고 애라도 써볼 걸 그랬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이미 나를 삼십 대 어딘가에 세워두었고, 보고 듣는 그럴싸한 사회에 나만 한참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잘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가기에 나는 너무 먼 곳에 있고 아무리 날개짓을 해도 허공에 닿지 못하는 깃털처럼, 난 늘 나의 발버둥에 스스로 지치고 말았다.
변화는 너무 빠르고, 나는 너무 느리다. 뭔가 이룬 것도 없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바닥을 치며 버티고 있다는 건 어쩌면 나, 꽤 대단한 사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가 더 마이너스가 많은 삶을 살아왔는지 경쟁하자면, 나는 분명 상위권일 것이다. 연민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삶,그게 지금의 나다. 아무렴 바닥을 자주 치긴해도 그 바닥에 눌러붙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감사해야 할 삶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버겁고 힘들 때 면 가장 놓고 싶었던 건 늘 나 자신이었고, 가장 놓지 못했던 것도 나 자신이었다. 무게는 언제나 책임의 형태로 다가왔고, 나는 그것을 내려놓는 대신 끝끝내 붙들었다. 내가 지켜야 할 가족 내가 도망치지 않기로 한 어떤 약속들. 그 덕분에 살아간다는 심심찮은 위로를 했다.무겁고 뿌리치고 싶은 게 책임이라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책임을 다할 때야만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 난 꾸역꾸역 그걸 잡고 살아내며 가장 깊게 깨달았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 내가 도망치지 않기로 한 시간들. 그 무게에 짓눌리는 날도 많았지만 어쩌면, 책임이란 건 나를 붙잡아주는 마지막 끈이었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것을 덜어내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것을 온전히 껴안았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삶이 버거운 이유를 늘 삶의 바깥에서 찾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무게는 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그 안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는, 가장 단단한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