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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앨범 Dec 27. 2023

나를 마주할 용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주 심각한 고민이다.




나이 40이 넘어 달리기를 취미로 시작했다. 국민학교 운동회 때를 제외하곤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꽤나 큰 도전이었다.


몸의 이상을 느낀 건 달리기를 시작한 후 3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였다. 왼쪽 어깨 부위에 통증이 생겼고 달릴 때 몸이 오른쪽으로 쏠렸다. 급기야 왼쪽 발이 오른쪽 발목을 자꾸 치게 되었다. 현재는 걸을 때 오른쪽 발이 불편하다.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때 전문가를 찾거나 러닝 크루에 참가해서 조언을 구했으면 지금처럼 고민이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달리는 자세에 자신이 없었고(정확히 말하면 자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의 모습에 직면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제대로 걷고 뛰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걷기와 달리기 자세가 교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메모장에 수시로 적었던 내용이다. 더 즐겁고 편하게 달리고 싶었다. 내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러너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병원을 약 2개월 전에 예약하고 오늘 방문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고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걷거나 달릴 때 다리가 심하게 회전하는 것이 원인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과 위로를 듣고 나니 고민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분명 교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노력하면 되죠. 누구나 어려움에 부딪치고 극복해 나가면서 달립니다.


이토록 쉬운 일을 그동안 왜 미뤄왔을까? 아파트 현관문에 비친 달리는 내 모습을 관찰하며 이리 궁리하고 저리 궁리하고... 유튜브 영상 검색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토록 내 모습에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달리기를 평생 취미로 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다. 교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부족한 내 모습일지라도 마주할 수 있었던 오늘의 용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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