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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앨범 Jan 10. 2024

한 때 시를 썼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다르게 말씀해 주셨다면 어땠을까?


“선생님, 제가 쓴 시를 한 번만 봐주세요”

“....”


  선생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적인 맥락만 기억이 난다. 격려의 말씀은 아니었다. 칭찬의 말씀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않았다.




  사춘기가 왔을 때 나는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했고, 시를 즐겨 썼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 가사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절절한 마음을 담아 시를 쓰기도 했다. 이때가 나의 자발적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시를 썼다. 하루는 학교 담장에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 시를 썼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나머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께 용기를 내어 자작시를 보여드렸다. 결과는?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이후로는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않았다.


만약 선생님께서 다르게 말씀해 주셨다면 어땠을까?


  국어 교사가 보기에는 나의 시가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교 입시 때 논술 점수가 꽝이었던 것을 보면 분명 나의 글쓰기 수준은 객관적으로도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해 주셨던 것일까? 잘 쓴 시는 아니더라도 조금 다르게 말씀해 주셨다면 나는 지금도 시를 쓰고 있었을까?


  시를 쓰면 내 생각을,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쓴 시를 통해서는 나를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시 쓰기를 멈췄지만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글쓰기 이유는 시를 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을 쓰면서 시 쓰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는데, 최근 그 욕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 아주 우연히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이곳에서 시를 정기적으로 연재하시는 분을 만났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시 쓰기에 대한 나의 바람은 많은 것을 끌어당긴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써 왔고, 최근에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시를 쓰는 분들의 글을 구독하고 있다. 과거의 다른 선택이 현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모르지만 선생님 말씀은 조금 아쉽다. 아니, 많이 아쉽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결국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오고 있는 느낌이다. 시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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