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앨범 Feb 07. 2024

나의 커피 연대기

대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커피는 자판기 밀크 커피다. 하루에 6잔 이상 마셨을 정도다. 식전에, 식후에, 식간에, 취침 전에… 언제 마셔도 맛있는 맛. 이 기막힌 맛에 길들여져 있을 때 즈음 우연히 ’케냐 AA’ 라는 원두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을 방문했을 때 낯선 메뉴 이름 때문에 주문이 힘들었다. 각종 나라 이름의 커피가 즐비했고 맛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가장 친숙한 나라 이름의 커피를 주문했다. 케냐 AA의 맛은 시큼하니 괜찮았다. ‘앞으로는 요것만 먹어야겠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스타벅스라는 커피 전문점 앞에 내 다짐은 금방 무너졌다. 스타벅스에서 새롭게 찾은 소울 메이트는 ‘아메리카노’였다. 세상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맛이 별로라고는 하지만 내 입맛에는 잘 맞았다. 아쉽게도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 또한 군 입대를 하는 바람에 짧게 끝나 버렸다.


군 입대 후 새로운 영혼의 단짝을 찾았으니… 바로 믹스 커피였다. 믹스 커피는 달달한 맛과 각성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믹스 커피 사랑은 제대 후에도 깊고 진하게 이어져 대략 5년 전까지 그 만남을 유지했다. 믹스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매일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이 시기의 나는 믹스 커피 덕분에 후덕한 얼굴과 인격을 갖추게 되었고, 주위 사람들은 나를 염려했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이 풍성해진 인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끊기로 결심했다. 간헐적 단식도 함께 진행하면서 몸무게는 약 15kg 가까이 빠졌다. 이 때 마셨던 커피는 다시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다이어트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길래(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겠음!) 마음 편하게 마셨던 것 같다.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약 3년 전 스타벅스에서 원두커피를 분쇄하는 기구와 드리퍼를 구입하면서 원두커피, 핸드 드립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적당한 양의 물로 커피를 추출하고 물을 추가해서 마셨다.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다. 점점 욕심이 생겨 커피 추출 기구를 추가로 장만하고 유튜버와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다양한 레시피를 배웠다. 그렇지만 무슨 일인지 나의 실력은 늘지 않고 역행할 뿐이었다.


핸드 드립에 대한 사랑이 점차 식어 갈 때 즈음 스타벅스 별다방 클래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클래스에서 새롭게 배운 드립 방법은 나름 괜찮았다.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커피 맛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 핸드드립 커피 취미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는데 최근 브런치에서 새로운 핸드 드립 레시피를 접하게 되었다.


‘적당한’ 양의 물로 커피를 추출하고 물을 추가로 부어서 전체 물의 양을 맞추는 방법. 나는 그동안 지나치게 정확한 시간과 물의 양에만 초점을 맞췄다. 원두의 상태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작가님께서는 원두가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양 만큼씩만 부어야 한다고 하셨다. 원두의 상태는 매일 달라지는데 시간과 물의 양은 늘 똑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다.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의 양과 추출 시간 등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난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때로는 ‘적당함’이 더 정확할 수도 있고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너무 당연한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핸드드립 레시피는 나의 커피 취미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전 09화 경험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