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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Apr 16. 2024

안녕 엄마

09.  평범한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나는 내가 평범한 게 좋았다.

특별함을 가지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정말 능력이 특출 나거나 집에 돈이 정말 많아서

인생의 기회가 더 많은 것들이 아예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인생 전반적으로 나는 나의 평범함을 좋아했다.

우리 가족은 정말 평범했다.

겉으로 보기에 누구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나는 그래서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가족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

가장 우선순위가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 없이 가족이라고 답했다.

같이 살면서 부딪히는 일들도 있었지만 나는 내 가족의 형태가 너무 좋았고

내 가족의 구성원이 좋았고 함께 할 수 있음이 좋았다.

근데 그 평범함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제 나의 그 사랑스러운 평범함 속으로 갈 수 없다는 게 참 허망하다.




결론적으로 의사가 나를 남겨놓고 한 말을 정리하면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진료실을 나갈 때까지 나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의사가 말을 마무리할 때 나는 엄마가 그래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냐고 어떻게 단념하냐고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거는 아니지 않냐고.

의사는 그건 당연하다 했다.

항암 약이 정말 잘 듣고 환자가 잘 견뎌주면 조금 더 시간이 생긴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그때가지도 현실자각이 잘 안 됐는지도 모른다.

진료실을 나와 대기실에 앉아 이야기하는 엄마, 아빠를 봤을 때,

갑자기 현실이 눈앞에 보인 기분이었다.

아 이제 저 모습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의사와 혼자 이야기를 하고 오고서는 엄마 앞에서 그렇게 울었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도 처음 겪어보는 그 모든 상황들이 너무 버겁게 다가왔다.

엄마는 알아차렸을까. 내가 의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왔다는 걸.

엄마는 눈치챘을까.


잠시 엄마와 이야기한 후 엄마를 다시 병동으로 돌려보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해서 더 같이 있기가 힘들었다.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동 입구 앞에서 엄마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딸, 딸 곁에 너네 오빠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오빠가 많이 사랑해 주지?

잘해주는 거 맞지? 엄마가 한시름 걱정을 덜었어. “

나는 그냥 울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계속 우느라고 엄마한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잘 있으라고. 또 오겠다고 했었던 것 같다.

엄마를 병동으로 돌려보낸 뒤 주저앉아서 계속 울었다.

아빠가 옆에서 계속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병원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그 길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차에 타서도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엄마 곧 죽는대.

시간이 얼마 없대.

마음의 준비를 하래.

이 중에서 내가 뭐라고 이야기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은 방어기제로 잊으려고 한다는데,

그래서 이 시기의 기억이 드문드문하다.

그냥 울음으로 가득 찬  차 안에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는 것과

아빠가 창 밖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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