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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May 08. 2024

안녕 엄마

11. 방어기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내가 싫어 어쩌네 해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대해지지 않는 나 자신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소중하지 않다면 싫어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관심을 끄면 그만인데.

사람의 감정이 우울해지고 우울해져서 심연에 다다랐을 때

의외로 별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움직이고 웃기도 한다.

다만 하루에 몇 번씩 그 우울 속으로 담가질 때.

나는 나 자신이 소중해서 나를 방어한다. 나도 모르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성숙함은 잘 모르겠고.

나를 보호한다. 내가 이 우울 속에 담가져 있지 않도록.




그날이 어땠더라.

그다지 애정이 있었던 직장은 아니었지만 내가 맡았던 아이들에게는 애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계속 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사진은 업로드해야 해서 놀이하는 사진도 열심히 찍고.

마무리할 것들이 많아서 늦게까지 일했고.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병원에 상주해야 했기에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엄마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던 날이었다.

이틀 전에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중환자실에 간 엄마가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희망이 생겼고.

엄마의 상태가 조금 안정돼서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있다는 말에

그 주 동안 가장 안심을 했던 날이었다.


“엄마 심장이 안 뛴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내가 울고 있는 내 울음소리가 되게 이상했다.

사실 어렸을 적 이후로 그렇게 엉엉 소리 내서 울어본 적이 없어서 더

이상하게 들렸을 수도.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친구가 마스크를 벗겨주고 옆에서 숨 쉬는 것을 도와줬다.

나중에 그게 과호흡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중환자실로 가 죽은 엄마를 확인했다.

원래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참 잔인한 일인 것 같다.

엄마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몸 이곳저곳에 무섭게 생긴 기계를  꽂고 헐떡대는 모습은

그냥 살아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배가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했다. 숨 쉬는 것처럼.

그곳에는 병상에 앉아 있는 다른 위급한 환자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몇몇 의료진들.

나, 아빠, 뒤늦게 연락을 받고 온 동생.

그리고 눈도 감지 못한 엄마가 있었다.  


아빠가 엄마의 눈을 감겨주었다.

기계장치를 꺼달라고 했다.

여기저기 기계를 달고 있는 엄마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

조금만 더 버텨주지.

이제 엄마 옆에 있을 수  있게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갈 수가 있나.

아직 제대로 된 치료도 못해봤는데.

뭐가 이렇게 빨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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