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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월 Mar 19. 2024

남을 위함이 나를 위함이다

상대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잉글리드 버그만과 케리 쿠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고등학생 때, 엄청 좋아했던 영화다.  잉글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가 출연한 영화였는데,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이 아직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원작은 헤밍웨이의 소설이다. 소설 제목은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에서 가져왔다. 

존 던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대서양의 모래톱이 바닷물에 휩쓸려 나가면 유럽 대륙은 그만큼 작아진다. 어느 누구의 손실도 자신의 손실로 이어진다. 조종(弔鐘) 이 울리거든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 종은 바로 당신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섬처럼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다. 누구의 불행도 나의 불행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1938년부터 724명의 삶을 추적하며 조사하고 있다.  이 연구의 책임자 하버드 대 신경정신과 교수 로버트 월딩어 ( Robert Wildinger)는 75년 동안의 연구에서 얻은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며, 관계는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좋아야 하고, 좋은 인간관계는 심리뿐만 아니라 뇌의 건강도 좋게 해 준다고 했다. 가족, 친구, 사회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은  관계가 좋은 사람보다 같은 통증도 더 아프게 느낀다고 도 했다.


 좋은 인간관계는 성공과도 관계있다. 라디오 PD 할 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을 취재차 만나곤 했다. 그때마다 받은 인상 중 하나는 의외로 그들이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함이었다. 전직 대통령 김영삼은 찾아온 사람에게 직접 차를 타주는 정성을 보였고, 어떤 정치인은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준비한 요리를 대접하기도 했다. 어떤 큰 회사 사장은 건물 현관까지 내려와 배웅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평소같이 식사할 때 맛있는 반찬을 골라 직접 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카네기는 그리 말했나 보다.  “성공한 사람은 남에게 배려를 잘한다.”


“사장님에게 무슨 사업을 보고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  작고한 MBC 라디오 박명구 국장이 한참 후배인 내게 물었다. 새로 부임한 사장에게 자신이 구상한 라디오국 신사업을 제안하여 성공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먼저 마음을 얻어야 돼. 마음 얻기 전에 다짜고짜 신사업을 보고하면 실패하기 쉽지, 먼저 사장님이 관심 있는 일이나, 다른 일로 믿음을 준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중요한 사업을 보고하는 거야.”  말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마음을 얻으라는 말이다.


중국의 한비자(韓非子)가 조언자의 처세술에서 그리 말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라 그러면 어떤 말을 해도 화를 입지 않는다. 상대방을 움직이려면 올바름 보다 마음을 사는 것이 으뜸이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데, 어찌 그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대방과 소통하려면 먼저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수신자가 마음을 열어야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된다. 

양석천

“인기 있을 때는 아무 말이나 해도 관객들이 막 손뼉 치고 웃었는데, 인기가 없어지고 나니, 아무리 웃기려고 노력해도 웃질 않아요.” 작고한 코미디언 홀쭉이와 뚱뚱이의 홀쭉이 양석천이 남긴 말이다. 관객들이 마음 열고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어떤 몸짓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발을 구르면 웃어댄다. 인기를 잃고 나면 제 아무리 웃기려 노력해도,  관객들은 좀처럼 웃어주거나 박수치질 않는다. 심지어 야유도 한다. “쯧쯧. 왜 저런 짓 하는 거야. 유치하게” 


  어떻게 해야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마태복음 7장 12절 말씀이다. 성서의 ‘황금률’ golden rule이라고 부른다. 소통에 적용하면 그대로 ‘소통의 황금률’이 된다. 남이 원하는 대로 소통해야  제대로 소통할 수가 있다. 공자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라고 했다. 고사성어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문제 풀기가 쉬워진다. 소통할 때도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가 어떤 입장에 놓여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하바드대학의 심리학교수 마이클 노톤(Michael Norton)이 캐나다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대학생들에게 5달러를 주고 자신을 위하여 쓰게 했다. 그리고 행복한지를 물었다. 그 사람들에게 다시 5달러를 주고 남을 위하여 쓰게 했다. 5달러는 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는 데 썼다. 결과를 비교했더니 자신 위해 5달러 쓴 거보다. 남 위해 5달러를 썼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반응했다. 이번에는 20달러를 주고 같은 실험 했다. 5달러와 20달러는 차이가 적었다.  행복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하는 것보다 남을 위하는 것에서 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를 위하는 것보다 남을 위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주듯, 남을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효과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i- communication  이 아니라, 상대를 중심으로 하는 you- communication 이 되어야 한다.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다.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다.  Chat 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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