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크루즈
간신히 탑승한 일본 크루즈. 처음탄 월드유로파에 비하면 조금 작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멋진 배였다.
탑승한 다음날 저녁에 출항하기 때문에 우린 크루즈에서 첫날밤 잠을 잘 자고 아침에 여행을 하기 위해 하선을 했다. 이번엔 남쪽으로 향했다.
하선하며 보니, 주차장에 떡 하니 세워놓은 우리들의 렌터카는 너무도 뿌듯했다. 남들은 택시를 타기도 걷기도 하는데 우쭐해진다. 차를 타고 편안하게 오키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오키나와를 완전 정복하는 것이다!!
미마루비치와 평화기념공원등을 돌아다녔고 와규와 라멘 같은 맛난 것도 먹고 나름 즐거운 관광을 하고 렌터카를 반납한 다음 택시를 타고 크루즈로 돌아왔다.
관광은 우리들 마음대로였다. 물론 오키나와를 한 번 경험한 나의 진두지휘하에 보고 싶은 건 다 보러 갔다. 아니 이미 한번 본 곳은 생략했다.
크루즈 터미널로 다시 돌아오는 길은 몇 번의 경험으로 익숙한 길이 될 수 있었다.
크루즈 내 각종 놀이 시설을 즐기고, 야경을 즐기고 망망대해를 감상함으로 배를 실감했다.
우리 배의 항로다.
다음 기항지까지는 잠을 자다 보면 도착을 알려준다. 이시가키섬으로 가는 길은 파도가 셌다. 옷걸이들이 달그락 그렸고 잠을 살짝 설칠 정도였다.
크루즈가 아니면 가기 힘든 곳이다. 망망대해에 작은 섬, 섬에는 사람들도 적고 자연만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공항이 있긴 해도 잦은 비행이 있는 건 아니었다.
섬에서의 관광은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네 명이고 우버를 이용하다 보니 말도 그리 필요가 없었기에 불편한 건 없었다.
기항지 여행은 배가 출항하는 시간 이전엔 필히 돌아와야 한다. 놓치면 우린 끝이다. 짐도 그렇지만 태평양 작은 섬에서 돌아올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구글지도로 체크해 가며 식당도, 마에사토 비치도 잘 찾아가며 여행을 했다. 바닷물은 너무도 깨끗했고 코발트 색 바다는 마음마저 청량하게 해 줬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겉옷을 잃어버린 게 생각이 났다. 어디서 잃어버렸나 생각해 보니 크루즈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 동안 노령? 에 오래 못 서 있고, 길가에 앉기 위해 겉옷을 깔고 앉았던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옷 챙길 생각도 없이 택시를 타 버린 것이다.
조심스럽게 기사에게 돌아갈 때 한번 살펴봐 달라고 했다. 손짓 발짓의 효과가 꽤 컸다. 기사님은 하이! 하이! 를 연신 하신다.
터미널에 다다랐을 때 저~기 내 옷이 있다. 우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날아가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기사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기사님도 행동만 봐도 뻔히 알듯 함박처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기항지를 여행하고 배로 돌아오며 '세계는 하나다.'를 느꼈다. 세계 어디든 따뜻한 사람 마음은 감동을 준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선행은 백배 천배 더 고맙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 아닐까?
맛난 것을 먹고 배로 돌아왔지만 배에서의 만찬을 그냥 놔둘 사람들이 아니지, 뷔페로 가서 양껏 또 먹었다. 먹는 즐거움은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크루즈는 24시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 기항지, 대만 기륭항에서는 지우펀을 구경하고 다시 예류지질공원으로 가는 길고도 긴 관광을 했다. 트라이앵글 같은 거리였다. 크루즈 내 일일관광은 좀 비싸긴 해도 배에 돌아올 때 늦어도 기다려주지만 개인은 그런 기다림이 없다. 오로지 큰일 날 일이다. 그래도 욕심을 내어 두 군데 다 돌아봤다. 아마도 가슴 졸임으로 인해 편한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난 두 번째 지우펀이었고, 애들은 처음이라 욕심을 냈던 거였지만 정작 애들 본인들은 그렇게 필요한 관광으로는 보이지 않아 살짝 실망을 했다.
돌아오는 차량은 몹시 밀렸지만 다행히도 우버 택시기사 덕분에 추가 요금 없이 잘 다녀왔다. 우버는 적극 추천할만한 교통수단이란 걸 알았다. 해외에서 꼭 필요한 앱 가운데 하나이다. 미리 앱을 깔아서 가길 추천한다.
우리는 앞으로 닥칠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즐겁고 신나는 여행을 했다. 자유여행의 묘미는 컸다. 패키지처럼 매달려 다니는 관광은 다녀오고 나면 머리에 하나도 안 남는다. 좀은 힘들지만 스스로 여행을 짜고 다녀야 모든 것이 기억나기에 이보다 좋은 여행은 없을 듯하다.
이제 기륭항을 떠나면 다시 나하항에 도착하고 하선 후 비행기만 타고 오면 끝이었다. 지나고 보니 기륭에서 나하까지는 꽤 긴 거리였고 보통 자고 나면 아침 9시경에 항구에 도착하고 내려 주는 게 통례였다. 하지만 기륭항에서 나하항까지는 하룻밤에 갈 그럴 정도의 거리가 아니었음을....
하선 당일 아침 일찍 도착할 줄 알았던 크루즈는 도착이 오후 1시란다. 그리고 배에서 내리는 시간이 오후 3시!! 무슨 이런 일이.....
우리 비행기는 오후 4시 30분!!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도 오후 3시 내리면 공항까지 가야 하고 입국심사등 비행기를 타기 위한 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비행기를 놓치는 것이다. 이후 한국 가는 당일 비행기는 없었다. 그럼 하루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식구들 넷이서 우왕좌왕할 일이 꿈만 같았다.
난, 일단 이른 점심을 먹었다. 여유롭게
이왕 못 갈 거면 배나 불리자 싶었다. 느긋한 나랑은 별개로 딸아이는 바쁘다. 5층 리셉션장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른 하선이 되느냐 등 물었지만 안된다는 말밖에 돌아오는 소리가 없었다.
배를 불리고 내려갔더니 딸은 급한 마음에 얼굴이 노랗다. 배가 부르면 배짱도 생기는지 "안되면 일본에서 하루 더 자면 돼"라고 딸아이를 위로했다. 하지만 일이 많다. 비행기표도 다시 재구매해야 하고 갑작스럽게 호텔도 잡아야 하고 한국에서의 스케줄은 차치하고도 머리가 복잡했다.
동호회 회원들이 눈에 띄었다. 혹여 비행기 시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우리랑 같았다. 그래서 늦은 하선에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자기네들은 하루전날 빠른 하선을 신청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오후 1시에 배가 도착하면 바로 내릴 수 있도록 여권 반환도 신청한 후라며 여유로워 보였다.
앗! 이런 것도 있었어요? 팀 리트가 미리 정보를 알아 신청한 상태라고 하니 너무 부러웠다.
배움엔 끝이 없다.
우리도 함께 하면 안 되나요? 좀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더니 리드가 한번 해보자고 하며 자기네들 틈 사이에 끼워줬다.
캐리어는 맡기지 말고 직접 들고 있으란다. 그렇게 신청도 안 한 우리는 우격다짐으로 여권을 받아 챙길 수가 있었다. 우리도 신청했는데 왜 그러냐는 식이었으니... 적반하장 격, 한국인의 기지를 몇천 배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직원이 들고 있는 여권 바구니에는 한국인들의 여권이 모두 담겨있었기에 가능했다. 빨리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받은 여권을 들고 하선하는 게이트에 가서 줄을 섰다. 양갈래 줄에서 우선 내리는 쪽 줄에 서서 나가려는데 또 삑~ 한다. "워메 이건 또 무슨 일인고?" 직원이 다시 5층으로 가란다.
순간, 우리가 미리 신청하지 않고 무조건 우겨 여권을 받은 것이 들켰나 보다 생각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5층으로 가니 배에서 사용한 금액, 카드결제가 안 됐다고 한다.
휴~~~ 천만다행이다. 다른 카드로 결제를 하고 돌아오며, 한순간 한순간이 어렵지 않은 것이 없음을 긴 한숨 속에 스며들었다. 이후 비행기 탑승까지 별 탈없이 잘 타고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물론 따라만 다니는 패키지식은 염려할 게 없지만 우린 두 번째에 또 이런 엄청난 일들을 겪은 것이다.
그리고 크루즈 두 번째 만에 이제 다 안 것이라고 또 착각 하지나 않았나?
그야말로 '우당탕'이었다.
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