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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반 Mar 17. 2024

요가강사는 몸이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이어야 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숙련된 강사들은 아사나(요가 동작) 설명만으로도 수업을 지도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초보 강사들은 수업 내내 아사나 시연을 하면서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사나 구성 순서와 설명을 암기하고 수업을 무사히 끝내는 데 우선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몸을 많이 쓰게 되니 체력이 금방 바닥나기 마련이다. 이 과정을 견뎌내야만 직업 요가 강사로서 체력적으로나 수업의 질적인 면에서 굳은살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강사 5년 차쯤 굳은살이 생겼던 거 같다. 방송이나 sns 동영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요가 아사나는 오랜 수련을 거친 숙련자들이 하는 고난도 동작들인데, 수업을 지도하다 보면 회원들은 모든 요가 선생님이 그런 고난도 동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연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유지태가 선보였던 동작이나, 여러 매체에서 이효리가 해 보인 동작을 떠 올려 보면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회원들의 나이대나 몸 상태에 따라 수업 난이도를 구성해 지도하는데 갑작스럽게 시연 요청을 해 올 때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어려운 동작 시연하면 회원들이 선생님이 실력자라고 생각하고, 선생님 홍보 효과도 있지 않을까요?”

 아파트 커뮤니티 수업을 오래 수강하셨던 한 회원분이 회원 모집인원을 걱정하면서 보탠 말이었는데 당시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꼭 서커스 단원 취급을 받은 거 같은 모난 감정이 한동안 부정적인 감각으로 생각에 스며들어 혼란했다. 하지만 그 회원의 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수업 시간에 고난도 아사나를 시연하면 수업 흐름이 바뀐다. 속된 말로 기선제압이 되는 것이다. 그 후로는 수업 진행이 수월해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가 지도자로서 요가를 대하는 마음의 기반이 뿌리 없이 흔들렸기 때문에, 회원의 말 한마디에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났던 게 아닌가 싶다.


 생활방식이나 직업에 따라, 수련 기간에 따라 몸의 형태와 관절의 구조가 다르므로 요가 강사들도 안되는 아사나가 있고 강사보다 숙련자인 회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강사와 회원의 구분만 있을 뿐 요가를 함께 수련하는 이를 요가에서는 친구라는 의미의 ‘도반’이라고 부른다. 함께 수련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요가 강사들도 근육통과 부상을 겪는다. 다만, 몸을 어떻게 쓰는지 체화된 이론과 수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은 보통 사람이다.

 요가와 다른 운동 종목들과 가장 대비되는 점은 ‘내면의 수련’에 있다.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형태의 아사나는 그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가는 잘함과 못함이 없다. 그 자체로 수용하는 내면의 자세에 의미를 둔다. 아사나를 수련하면서 겪는 감각의 너울은 삶을 살아내는 힘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요가 강사라고 해서 모두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처럼 몸이 유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몸의 움직임이 둔했던 강사들이 무용과 출신의 강사들보다 공감 지도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에 있다고 생각한다. 타고남과 훈련된 유연성을 갖춘 사람보다는 수련을 통해 몸을 쓸 수 있게 된 사람이 그 과정과 공부한 요가 이론을 적용해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 지도자과정 마지막 날 원장님이 한 말이 맴돈다.

 “요가는 끊임없이 수련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육체적 수련의 담금질을 계속하다 보면 아사나는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찾아온다. 요가 강사 생활이 10년이 넘은 지금은, 아사나 수련을 통해 내면의 결을 다듬는 집중력이 발휘됨을 느낀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머릿속이 시끄러우면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꺾고, 요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선다. 호흡을 깊게 하고 외부 자극들로 굳어진 몸을 열어낸다. 닫힌 마음과 좁은 생각의 유연함을 길러낸다. 쇠를 달구어 망치로 두드리는 대장장이의 묵묵한 뚝심으로, 매일 나 자신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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