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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반 Apr 07. 2024

유명과 무명 요가 강사

마음이 내키는 쪽으로.

 바야흐로 자기 홍보 시대다. 방송사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방송 채널은 유튜브 계정을 생성해 누구나 개인 채널을 소유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방송 미디어의 시대에서 다양한 SNS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브랜딩 시대로 진입했다. 인공지능까지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시대의 흐름은 빨라졌고 사회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중,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 온 노년층이나 두 시대를 모두 경험한 청년도 아닌 장년도 아닌 낀 세대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알려야 나를 찾아오는 경제활동 소득 구조의 한 축으로 온라인상의 소셜 플랫폼 시장은 그야말로 거대해졌다. 그 시장을 활용해 나를 어떻게 이미지화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유명과 무명의 차이가 생긴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셀럽이 될 수도 있다.

 알리지 않으면 알지 못하게 된 시대에 요가 강사라는 직업군도 예외일 리 없다. 요가원을 운영하는 강사는 사업장 홍보 수단으로, 프리랜서 요가 강사들은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인스타나 유튜브 콘텐츠를 필수로 제작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요가 강사 채용 면접에서도 강사 개인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의 여부를 확인하는 센터들이 많아졌다. 마케팅이 곧 일로, 소득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모두가 달리는 말에 올라타 앞서거니 뒤서거니 SNS 운영에 열을 올리는데 그 와중에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

 단지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은 영향력은 아주 세다. 특히 전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힘은 아주 광범위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지가 잘 구축된 유명인에게 향한다. 유명 연예인에게 협찬한 의상과 소품이 그 브랜드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유명하고, 실력을 갖춘, 스펙 좋은 요가 강사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유명 요가 강사가 있는 요가원으로 수련하러 간다. 내가 개인 수련하는 센터의 원장님은 느긋하게 걸어가는 쪽에 속했다. 매년 인도에 가서 아쉬탕가(요가의 한 종류) 계승자 밑에서 수년간 수련하고 공인 티쳐 공식인가까지 받아 지도하는 분인데 간혹 수련하는 모습이나 워크숍 일정들을 요가원 블로그에 게시하는 정도뿐 어떤 홍보도 하지 않았다. 수련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원장님 밑에서 수련하기 위해 찾아오는 도반(요가를 함께 수련하는 친구)들로 요가원이 북적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성황을 이루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수강생들이 인스타나 유튜브 운영을 권해도 ‘뭐 굳이 나까지 할 필요가.’하고 말았다. 원장님은 범람하는 시각적 요가 콘텐츠들에 대한 뭔지 모를 거부감에 내켜 하지 않았고 본인의 생각을 고수했다. 그리고 요가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에 적절히 타협하며 여전히 숨은 고수처럼 자기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SNS를 잘 활용해 1인 기업처럼 개인사업으로 키워나가는 유명 프리랜서 요가 강사도 있다. 직업 요가 강사로 밥벌이하면서 살아남으려면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SNS 운영관리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니 내향적인 나로서는 늘 고민되는 부분이다. 아직 나는 느긋하게 걸어가는 부류에 속하지만, 언젠가는 달리는 말에 올라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한 방향이 맞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더라도 내가 걷기 불편하면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와 다르지 않다. 명확한 사실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동전의 양면처럼 득과 실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의식이 중심이 된다면 걷기를 계속하든, 달리는 말에 올라타든 주변 환경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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