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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반 Apr 21.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하겠습니다.

내가 나와 건강한 관계 맺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시간은 새벽 다섯 시. 나의 미라클 모닝은 온전히 요가 수련을 위한 것이다. 올해로 새벽 수련을 시작한 지 3년째가 되었다. 어제저녁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열한 시였고 씻고 잠자리에 든 시각은 자정 무렵이었다. 다섯 시간 만에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대충 물 세수만 하고 요가복을 챙겨 입은 뒤 바로 집을 나섰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새벽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잠시 고민하는 순간이 오면 늘어진 인절미처럼 침대에 그대로 널브러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요가원에 도착하면 나보다 일찍 도착한 도반(요가를 함께 수련하는 친구)들이 요가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섯 시 정각이 되요가원 문이 열리면 나는 도반들과 함께 매트를 깔고 수련을 시작한다. 나는 요즘 아쉬탕가와 하타요가를 수련하고 있다. (전통요가, 대중적으로는 ‘이효리가 수련하는 요가’라고 많이 알려진 요가 종류다)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 최대 두 시간 안에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호흡과 내면의 흐름에 집중한다. 수련에 모든 힘과 정신을 쏟아내고 나면 마지막 사바사나(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마지막 이완 요가동작)는 절로 된다. 최대 10분 정도의 사바사나를 하다 보면 인간에게 하루 5~10분 정도의 휴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적극 권한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눈을 감고 코로 편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몸이 바닥으로 스며들 듯 손발 끝의 힘을 빼고 완전한 이완 상태에 머무르기.


 새벽 수련을 마치면 바로 오전 수업을 하러 센터로 출근한다. 그리고 하루의 첫 식사를 수업이 끝난  후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는다. 그 후 간단한 개인 일정을 보고 다시 저녁 수업 그리고 귀가. 평일에는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하루가 굴러간다.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하지만 몸이 고된 새벽 수련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요가 지도자로서 개인 수련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련 과정에서 체화되는 몸의 감각과 감정들은 요가 지도를 떠나 내가 살아가는 삶의 기반이 된다. 굳이 개인 수련을 위해서 새벽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나의 생체리듬과 하루 수업 일정을 고려하면 가장 적합한 시간이었기에 누가 하라고 등 떠민 일도 아닌 일에 내가 나를 들들 볶아대며 추동력을 더하고 있다.

     


 

 엊그제는 오전 수업을 끝내고 점심용 샌드위치를 포장해 한강 공원에 갔다.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고 어딘가 누워 쉬고 싶어 생각해 낸 곳이었다. 뚜벅이 보따리 강사다 보니 수업과 수업 사이에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대부분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데 그나마 요즘은 날이 따뜻하고 포근해 종종 공원 벤치가 내 휴게 공간이 되곤 한다. 나무 그늘이 있는 기다란 의자에 겉옷을 대충 깔고 벌러덩 누웠다. 허기가 몰려왔지만 그건 둘째고 몸이 축 늘어져 잠이나 한숨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 줄 알았는데, 정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얼굴이 너무 따가워 잠이 깼는데 햇빛이 내 얼굴을 태우고 있었다. 속으로 진짜 노숙자가 따로 없네, 하고 생각했다. 시간을 보니 30분 정도 누가 떠메 가도 모를 정도로 늘어지게 잔 모양이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포장해 온 샌드위치를 씹어먹으며 어이가 없어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평화로운 한 낮의 한강 풍경을 보며 나는 무의식의 자유를 누렸다.

 나는 왜 이렇게 내 육체를 가만두지 못하는가. 몸을 뒤집어 거꾸로 세상을 보고 몸을 비틀어 꼬아 오장육부 내장 기관의 자극을 즐기며 고통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나 자신이 가끔 낯설 때가 있는데, 이 의문에 얼마 전 나는 답을 찾았다. 두 시간여의 강도 높은 수련이 끝난 후 나는 머릿속이 정말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적인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더 우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늘 혼란한 사념들이 나를 헤집고 다니곤 했는데 수련 후에는 무아지경이 된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몸을 관찰하다 보면 내면의 감정이 몸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들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몸이 흔들린다. 그래서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고, 전 같았으면 화를 냈을 법한 일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유연함을 가져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정돈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으로 들어온 ‘요가’가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그저 퇴근 후에 하는 운동에 불과했던 것인데 내 밥벌이가 되었고, 온전히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소화불량과 두통을 달고 살았던 육체도, 불안과 긴장 속에서 매일 무너지던 내면도 많이 평온해졌다.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투잡을 하더라도 끝까지 요가 지도는 할 것이다. 어떤 외부 요인이 있어 요가 지도하는 일을 멈추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래도 나는 매일 수련할 것이다. 매트 위에 서면 오롯이 나와 내가 마주하게 된다. 공허한 마음이 가득 벅차오르고 매순간이 감사해진다. 내가 나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이 과정을 나는, 멈추지 않겠다.  

 수업을 마치는 나의 마지막 멘트,

 "매트 위에 선 도반님들 스스로에게 감사함을 전하세요,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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