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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Aug 26. 2021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말과 사물』에서

자연법칙은 말과 사물의 차이, 언어가 지칭할 책임이 있는 언어 이전의 것과 언어 사이의 수직적 분할이고, 관습의 규칙은 낱말들 사이의 닮음, 낱말들을 서로 형성되게 하고 무한히 퍼뜨리는 넓은 수평적 망이다.

- 미셀 푸고, 『말과 사물』, 민음사, 2015, p171.




π로 향하는 무한수열*




돌진했다 너는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그곳으로

부피를 버리고 소실점을 껴안는다


탁자 위에 사과가 놓여있다 

웜홀이 중심을 관통한 

분명 넌 이곳을 지나고 있을 거다


사과를 창가로 옮긴다

기다리는 사람처럼 


창에 기댄 채 어깨의 곡선이 허물어질 때

내가 내내 옆 표정만 보고 있을 때

우리의 기연(奇緣)을 타고 흘러내리던 적막한 공백


공백에 깃든 별리

네가 끝내 빨려 들어 간 블랙홀


뒤돌아서자마자 내 발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너의 빈자리를 건너갈 수 없다



* 라마누잔의 수학 이론 – 블랙홀, 양자이론, 끈이론 등의 연구에 응용된다.


- 김네잎,『파란』,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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