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과 사물』에서
자연법칙은 말과 사물의 차이, 언어가 지칭할 책임이 있는 언어 이전의 것과 언어 사이의 수직적 분할이고, 관습의 규칙은 낱말들 사이의 닮음, 낱말들을 서로 형성되게 하고 무한히 퍼뜨리는 넓은 수평적 망이다.
- 미셀 푸고, 『말과 사물』, 민음사, 2015, p171.
π로 향하는 무한수열*
돌진했다 너는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그곳으로
부피를 버리고 소실점을 껴안는다
탁자 위에 사과가 놓여있다
웜홀이 중심을 관통한
분명 넌 이곳을 지나고 있을 거다
사과를 창가로 옮긴다
기다리는 사람처럼
창에 기댄 채 어깨의 곡선이 허물어질 때
내가 내내 옆 표정만 보고 있을 때
우리의 기연(奇緣)을 타고 흘러내리던 적막한 공백
공백에 깃든 별리
네가 끝내 빨려 들어 간 블랙홀
뒤돌아서자마자 내 발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너의 빈자리를 건너갈 수 없다
* 라마누잔의 수학 이론 – 블랙홀, 양자이론, 끈이론 등의 연구에 응용된다.
- 김네잎,『파란』, 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