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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Oct 12. 2021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스완네 집 쪽으로 2)』에서

그가 빠져나온 그의 삶의 매우 특별한 시기에 대해, 그 시기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가능한 동안 그 시기에 대한 어떤 뚜렷한 이미지라도 가져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사라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이제 막 자신이 떠나온 사랑을 바라보고 싶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스완네 집 쪽으로 2)』, (주)민음사, 2018, p323~324.     




착란  





나의 발이 당신의 정원에 처음 이식될 때, 청각이 서럽게 출렁였다 


당신은 결코 나무를 꿈꾼 적 없으니 물관을 타고 오르던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거다

 

나와 당신은 다른 주파수를 가졌다 지지직 서성인 것은 이명이 아니라 악몽이다 


귓바퀴를 따라 걷던 당신이 부르던 내 이름들이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음계를 벗어난 음정과 엇갈린 박자들이 쓸려와 앓는 곳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귓속에 쌓이는 소리의 무덤을 당신은 알까 


달팽이관 앞에서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당신 집 앞을 다녀간 건 빗소리가 아니다 끝없이 범람하는 것은 내 눈물이다 


모든 귀를 닫고 당신의 기척을 삼킨다


- 김네잎,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천년의시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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