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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Sep 08. 2024

6. 응급실

      --- 아포가또

  아포가또는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먹는 디저트이다. 뜨거운 커피가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만나면서 달달한 커피 아이스크림이 되어 무척 매력적이다. 아이가 밤중에 갑자기 뜨겁게 열이 날 때에는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더하듯, 응급실에서 링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기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에 자주 걸린다. 갑자기 재채기를 많이 하다가 콧물이 나고,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목이 붓는다. 심하면 밤새 열이 나고 2~3일 동안 지속되면서 아기도 엄마도 잠을 설친다. 아기가 열이 나면 37도가 넘어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어? 열이 있네?’정도였다가, 38도가 되면 ‘해열제를 먹여야겠다.’가 된다. 그런데 39도가 넘으면 ‘어떻게!’하면서 점점 초조해진다. 해열제를 먹고 열이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열이 수그러들지 않아서 밤새 보채고 뒤척이는 아기를 돌보다가 40도가 넘어 삑삑대는 체온계를 보는 순간, 초보엄마는 깜짝 놀란다. 엄마는 놀란 가슴으로 남편을 깨우고 체온계를 보여주면서 빨리 응급실로 가자고 한다. 아빠는 자다 깬 놀란 눈으로 대충 걸쳐 입고 아기를 포대기로 싸고 응급실로 간다.     

  쑥쑥이가 8개월쯤 되었을 때 감기로 2주전부터 동네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거의 나아가고 있어서 마지막으로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는데, 바로 앞에 진료하던 아이가 수족구라고 진단을 받았다. 

  ‘저런, 요새 수족구가 유행이라던데.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며칠 후, 감기가 거의 나았던 쑥쑥이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도가 넘어서 해열제도 먹였는데 밤새 잠을 못자고 보채면서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도 봤지만 허사였다. 체온계로 다시 온도를 재었을 때. 40도. 삐삐삐~

날카롭게 울리는 체온계의 소리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남편을 깨웠다.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아. 열이 40도야!”

  열이 나는 쑥쑥이를 대충 얇은 옷을 입히고 포대기에 싸서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에는 레지던트선생님께서 당직을 서고 계셨는데, 열 나는 것 말고는 증상이 없어서 응급실에서도 옷을 벗기고 해열제 처방만 해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돼서도 열이 계속되면 외래로 와서 교수님 진료를 보라고 말씀하셨다. 집에 돌아와서도 쑥쑥이는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밤 새 보채고 잠을 못 잤으며, 아침에 우유도 먹이려고 해 보았지만, 자꾸 뱉어내려고만 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초보엄마는 걱정으로 날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다시 간 우리는 예약이 안 되어 있어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쑥쑥이는 계속 칭얼댔다. 정말 왜 이럴까? 이런 적은 없었는데. 별 일 아니겠지?

  드디어 쑥쑥이 순서가 왔다. 밤새 고생했던 자초지종을 듣고 진찰을 하시던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 아이고! 입안에 수포가 가득하네요. 수족구입니다. 그래서 우유를 못 먹은 거예요.”

  우리는 깜짝 놀랐다. 거의 다 나아가던 감기 끝에 갔던 소아과가 문제였단 말인가! 수족구가 옮았다니. 

  “아직 너무 아기라서...... 입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입원이요?”

  “입안에 수포가 있어서 그게 나아질 때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 할 텐데, 그러면 탈수가 와서 위험할 수 있거든요. 항생제를 쓰면서 열이 떨어지는지도 관찰해야 하고. 지금 바로 입원하시죠.”

  두둥!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수족구로 입원이라니! 아직 돌도 안지난 이 조그만 아기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길로 병실을 잡았고, 간호사들이 링거를 꽂아야 한다며 쑥쑥이를 데려갔다. 부모는 입실 금지. 꽉 붙잡아야 하나본데,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란다. 안 그래도 아파서 나에게 꼭 안겨있던 쑥쑥이는 내게서 떨어지는 그 순간부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문 밖에 있으니 쑥쑥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아무래도 팔을 꽉 잡고 주사바늘을 꽂나보다. 

  ‘아이고, 쑥쑥아. 조금만 참아.’

  한 번에 끝날 리가 없다. 간호사들이 금방 끝날 거라고 달래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기는 엄마에게 안길 때 까지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쑥쑥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귓가를 아프게 파고들었다.  

  잠시 후, 쑥쑥이가 한쪽 손 거의 전부를 붕대로 친친 감고 링거를 꽂은 채로 훌쩍이며 나타났다. 아기의 손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빠 품에 안겨 울음을 그친 쑥쑥이는 ‘손 아야.’ 라면서 손을 들어 보였다.    

 

  입원한 첫날은 밤 새 항생제를 주기적으로 먹는데도 열이 계속 39도, 38도 였다. 시원하게 해준다고 머리에다가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두건처럼 씌워 주기도 했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픈 쑥쑥이를 안고 있다가 잠이 든 것 같아서 침대에 내려 놓았다. 하지만, 내려 놓는 걸 귀신같이 느끼고 다시 칭얼댄다. 내려놓으면 깨고, 내려놓으면 깨고를 반복했다. 덩달아 나까지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둘 다 꼴딱 밤을 세겠구나!’ 

  나는 생각 끝에 아예 병원 침대를 비스듬히 세우고 내가 먼저 눕고, 그런 다음 쑥쑥이를 가슴에 안은 채로 쪽잠을 잤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도 자고 쑥쑥이도 잘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편이었던 아기는 낯선 곳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었나보다. 그래도 엄마에게 안겨서는 잠을 잘 자주니 고마웠다.     

  둘째 날은 겨우 열은 떨어졌는데, 항생제 때문에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젠 조금씩 우유를 먹이면서 설사를 잡아야 했다. 설사로 기저귀를 여러 차례 갈면서 또 하루가 지나갔다. 기저귀를 몇 장을  쓴 건지 모르겠다.

 병원에 오자마자 입원을 해서 나는 갈아입을 옷도 없었고 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보다 아기가 못 빨아 주어 부풀은 가슴은 계속 아파왔다. 다행히, 남편이 어제 집에 가서 짐을 싸오고, 유축기도 가져와 주었다. 쑥쑥이가 입에 수포가 있어서 빨지를 못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모유는  유축해서 모두 냉동을 시켰다. 아기가 빨아주지 않으니 그 뒤로 모유 양은 점점 줄었고, 나는 이참에 단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합 수유가 힘들기도 했고, 요새는 분유에 영양가도 좋아서 분유를 먹어야 쑥쑥 잘 큰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열심히 자꾸 더 유축하고 자주 더 먹이면 다시 모유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때 12개월 넘게 먹이다 보니까, 모유가 줄었다가도 또 늘어나는 걸 보고 알았는데, 첫째 때는 그걸 알지 못했다.    

  

  쑥쑥이는 수족구로 그렇게 3박 4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퇴원하는 날 손에서 링거 바늘을 뽑자 너무 좋은 나머지 침대 난간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얼굴을 부딪혀서 코잔등에 상처가 났다. 아이고...... 다 나아서 집에 가면 되는 거였는데, 또 부랴부랴 약을 사서 바르고 병원을 나왔다. 응급실에서부터 입원실까지, 기나긴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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