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라떼
아기가 이가 나기 시작하면 이유식을 먹이게 된다. 모유수유나 우유를 먹이는 중간 타이밍에 이유식을 섞어이는 것인데, 미음부터 먹이면서 식재료를 하나씩 하나씩 첨가해 본다. 커피에 우유를 섞는 카페라떼처럼, 점점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의 맛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기가 처음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니 음식재료에 대해 알러지는 없는지, 잘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하나씩 먹여가면서 엄마는 먹거리 공부를 다시 하게 된다.
아기는 6개월쯤 되면 아래 앞니가 나고 8개월쯤 되면 윗 앞니가 나기 시작한다. 이가 난다는 것은 이제 음식을 씹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이때부터 이유식을 준비하느라 또 다시 분주해진다. 우선 이유식을 만들려면 도구가 있어야 하니, 일단 이유식 전용 냄비부터 검색을 해 본다. 빨강, 노랑, 연한 파스텔톤 등 색깔과 모양이 예쁜 네오플램 냄비와 모양은 스탠다드 하지만 가장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는 스테인레스스틸 냄비 사이에서 2박3일쯤 고민을 한다. 네오플램은 처음엔 눌러 붙지 않아 너무 좋지만, 쓰다보면 코팅이 벗겨지기 때문에 좀 신경이 쓰인다.
‘그래, 역시 안전한 스테인레스스틸이 낫겠어. 아무래도 아기가 먹을 건데 안전한 게 최고지!’
어렵게 결정을 하고 결제를 누르려는 순간! 또 다른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맞아! 요새는 이유식 제조기도 있던데, 그걸로 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야채나 고기 재료를 매일 다지지 않아도 되고, 불 앞에 서 계속 젓고 있지 않아도 되고, 기계에 쏙 넣어만 두면 저절로 이유식이 만들어지는 마법?!’
그래서 냄비는 곱게 장바구니에 넣어둔 채로, 다시 이유식 제조기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이유식 제조기는 그리 많지 않다. 후기를 검색해보고 선배맘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이유식 제조기는 자리를 차지해서 작은 부엌에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고, 넣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재료가 잘 썰리려면 어차피 조금은 잘라서 집어넣어야 하고, 또 설거지가 그냥 냄비보다는 아무래도 많단다. 물론, 재료만 넣어두면 뚝딱이라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장점! 또 다시 3박 4일쯤 고민한다.
나는 고민 고민 끝에 그냥 스테인레스 냄비를 하기로 했다. 편한 게 최고라서, 야채 다지기를 하나 더 샀다. 이건 나중에 볶음밥 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는 친구의 조언을 받았다. 야채 다지기도 여러 가지라서 살짝 고민했지만, 손잡이를 쭉 땡겨서 쓰는 걸로 당첨!
아, 이유식 도구 몇 개 샀을 뿐인데 벌써 진이 빠진다. 이제 아기 숟가락, 턱받이, 그릇, 아기 식탁 의자도 사야 한다. 식탁 위자도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서 이 많은 것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결정하고, 구매하기까지는 아기가 자는 시간에 틈틈이 짬을 내었다. 엄마는 역시 할 일이 많다.
아기 이유식이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어디에서 정보를 얻을까? 역시 책이 최고지! 요리에 별로 자신이 없었던 나는 이유식을 시작하기 두 달쯤 전부터 이유식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인 책을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에 줄치고, 동그라미를 쳐가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내 아기를 굶길 수는 없는 법! 어렸을 때 골고루 많이 잘 먹어야 편식이 없고 건강하다는 믿음으로 이유식만큼은 열심히 해먹이리라 다짐했다.
이유식 책을 펼치면 요리가 낯선 초보 엄마도 따라하기 쉽게 친절한 설명이 되어있다. 단계도 깔끔하게 4단계. 정말 좋다! 맨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미음! 다행히 아주 쉽다.
‘음...... 쌀을 불렸다가 갈아서 끓인다. 이건 너무 쉽잖아! 나도 잘 할 수 있겠어!’
자신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따라해 본다. 미음 만들기는 성공! 아기가 과연 잘 먹어줄까?
“자, 쑥쑥아, 맘마 먹자!”
드디어 이유식을 시작하는 첫날! 도자기로된 식기에 알록달록 실리콘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떠서 아기 입에 가져간다. 아기는 호기심이 많아 주는 것은 앙, 다 잘 받아 먹는다. 마음에 들었는지 자꾸 자꾸 입을 아 벌린다. 이유식은 대성공! 엄마는 마음이 한껏 뿌듯하다.
이제 이유식을 잘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책에 나온 순서대로 열심히 해 먹이리라 다짐하며, 달력을 보고 계획을 세운다. 며칠 먹여보고 잘 먹으면 이제 채소 종류를 하나씩 넣기 시작해야지. 감자, 아주 잘 먹는다. 아기가 잘 먹어주니 신이 났다.
‘쑥쑥이는 냠냠 잘도 먹는구나! 잘 먹어주니 고맙다.’
그 뒤로 고구마, 애호박도 먹여 보았다. 역시 잘 먹는다. 간은 하지 않았지만, 채소가 들어가니 달작지근한 맛이 날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양배추 차례. 푸푸~ 뱉는다. 아차! 여기서 막히다니! 이 다음으로 브로콜리, 완두콩, 오이, 청경채 등등 채소가 잔뜩 있는데......
아기의 표정을 보니,
‘아니, 지금껏 맛있었는데 이건 대체 무슨 맛이야?’ 하는 것 같았다.
자꾸만 혀를 내밀어 뱉어내서 몇 숟가락 먹이지 못했다. 배고프면 또 우니, 다시 수유. 재료를 보다가 청경채에는 소심하게 X표시를 한다. 안 먹을 게 뻔한 재료.
‘몇 가지 더 해 본 후에, 잘 먹은 고구마와 양배추를 섞어서 먹여 봐야겠어.’
결과는 성공! 고구마가 들어가니 달달해서 얼떨결에 잘 먹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섞어 먹이는 것인군.
아기를 식탁 의자에 앉혀 놓고 턱받이를 하고, 이유식을 먹고 나면 아무리 턱받이를 했어도 손이며 얼굴, 목 까지 씻겨야 되고 심지어 옷을 갈아입혀야 할 때도 있다. 하루 세 번 먹으니까 옷 갈아입히기를 세 번씩 하고, 자기 전에 목욕까지 하고 또 갈아입으면 하루에 네 벌은 기본이다. 아휴~~~ 이래서 아기 세탁기가 필요하다고 했었나? 그래도 냠냠 잘 받아먹는 아기를 보면 기분은 좋다. 이유식 만드는 게 재밌고 보람 있고, 내가 좋은 엄마가 된 기분이다.
이유식 책을 보다보면 영양가나 칼로리, 조리법 등을 잘 알게 된다. 나는 책에 나온 것을 하나씩 해 먹이다 보니 이유식책은 물이 튀고 너덜너덜해졌지만, 책에 있는 거의 모든 요리를 다 해보게 되었고, 신혼 때 카레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새댁은 어느새 요리가 익숙한 주부가 되어 있었다.
“저는 요리를 이유식 책으로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