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모카
코코아 시럽이 들어가서 초콜릿 맛이 나는 커피, 카페모카. 아기와 함께 하는 문화센터는 고소하고 달달한 카페모카처럼 아기와 카페는 못 가지만, 즐거운 활동을 하러 문화센터는 갈 수 있는 엄마들의 달달한 취미생활이다.
아기가 6개월만 되어도 이제 앉아서 무언가를 물고 빨고, 조금씩 말도 알아들으니까 엄마들은 아기를 데리고 어딘가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혼자서 아기와 외출하기는 조금 많이 어렵다. 그나마 가장 만만한 곳이 자동차나 유모차로 접근성이 용이한 백화점이나 마트에 있는 문화센터이다. 거기에 가면 비슷한 또래의 엄마도 만날 수 있고, 다른 아이들은 얼마나 자랐는지도 볼 수 있으며, 잠깐이지만, 아기와 함께 신나는 활동들을 할 수가 있다. 또한, 문화센터는 수유실도 확보되어 있는 곳이 많아 수유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으며, 화장실에서 기저귀도 갈 수 있다. 또 수업이 끝난 후엔 바로 1층에서 장을 보는 것도 가능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아기와 함께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은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차린 밥상이 아닌 누군가 차려준 밥상을 먹는다는 것은 엄마들에게는 설레는 일이다.
나도 아기가 15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큰 맘 먹고 조리원 동기들이랑 아기의 오감발달에 좋다는 음악 수업을 하나 등록했다.
‘우리 아기들과 함께 만나서 수업도 듣고 점심도 같이 먹어요~.’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갈게요!’
3팀이 등록을 했고, 우리는 문화센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문화센터에 가는 첫날, 아침부터 아기를 든든하게 먹이고 나서기 직전까지 기저귀를 확인했다. 외출할 때 엄마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응가!’. 아침 일찍 집에 있을 때 예쁘게 응가를 해주면 다행이지만, 아침에 응가를 하지 않은 채로 외출했다가, 혹시라도 밖에 나가 있을 때 응가를 한다면 대략 난감, 생각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쑥쑥아, 오늘은 엄마랑 같이 음악수업을 하러 갈 거야. 거기 가면 친구들도 있고 같이 즐거운 음악도 듣고 놀다 오는 거야. 어때, 재밌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 이유식과 간식, 물, 기저귀, 쪽쪽이 등등 필요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을 나선다.
“어머, 똘똘이 많이 컸네~. 반가워. 난 쑥쑥이야. 안녕!”
아기들은 어찌나 볼 때 마다 쑥쑥 크는지, 하루가 다르게 활동범위도 넓어지고 알아듣는 것도 많아지고, 자기주장도 늘어난다. 누워만 있다가 고개를 들고, 뒤집고, 앉고, 서는 이 모든 일들이 다 신비롭다.
선생님께서 아기들을 불러 모으고 엄마들과 함께 둥글게 앉으라고 하셨다. 동요음악이 흘러나오고 선생님께서 손유희를 따라 하라고 하신다. 난생처음, 엄마가 아닌 누군가를 보면서 따라하는 활동, 엄마도 옆에 있으니 아기들은 안심이 되고 너무 즐겁다. 율동을 따라 하다가, 공 잡기 놀이도 하고, 넒은 천 속에 숨었다 나오기도 하고, 마무리 활동은 언제나 비누방울이다. 까르르 까르르~ 한 시간을 즐겁게 놀아주니 엄마도 아기도 대만족! 역시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점심 식사를 할 차례. 저마다 아기 이유식은 집에서 따로 싸왔다. 나는 쑥쑥이가 잘 먹는 약식을 준비해 갔다. 먹을 때 흘리지도 않고, 달콤 짭짤해서 쑥쑥이가 아주 좋아하는 메뉴다. 다른 엄마들도 주먹밥, 반건조 고구마 등 간단한 음식들을 잘 싸왔다.
냠냠 즐겁게 먹고 있을 무렵, 쑥쑥이가 끙끙댄다. 자기를 일으켜 세우라는 듯,
“왜 그래? 맘마 먹어야지, 어디 가려고?”
아기 의자에서 나오려고 해서, 나는 애써 다시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스치는 불안감! 오늘 아침에 ‘응가’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떠올랐다.
“어? 응가 마려워?”
두둥! 올것이 왔구나! 나는 쑥쑥이를 재빨리 일으켰다. 앉은 상태에서 응가를 하면, 지금 밖인데 그야말로...... 상상에 맡긴다. 나는 물티슈와 새 기저귀를 들고 쑥쑥이를 안은 채 화장실로 뛰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쑥쑥이는 선채로 응가를 해서 엉덩이에 그리 많이 묻지 않았다. 가볍게 물티슈로 닦고 마무리. 해결! 휴~ 정말 다행이었다.
간단히? 뒤처리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즐거운 대화를 이어간다. 이런 일이 있어도 이제 아무렇지도 않고, 밖에 나와서 카페에 앉아 엄마들과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우리들은 아기들을 데리고 몇 개월을 문화센터에 다녔다. 그러다가 쑥쑥이는 대기해 놓았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입소 연락이 와서 그만두게 되었다. 매주 한 번씩 만나던 엄마들과 아기 친구들은 지금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